뮤렉스조개
여름이야!
푸르디 푸른 여름이야
해변의 모래알은 금빛으로 반짝이고
갈매기들은 끼룩끼룩 노래를 불러
언젠가부터 은은하게 들려오는
마음속 오묘한 고동소리
이제는 떠나야 한다고, 바다로 가야 할 때라고
나에게 자꾸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아
거세게 다리에 부딪치며 흩어지는 파도
나에게 함께 가자 손짓하니
두려운 마음 앞서지만
굳이 사양하진 않을래
삶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새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우리는 대범하게 닻을 올릴 줄도 알아야 해
미련 없이 닻을 올리고
정든 곳을 떠난다라…
결코 쉬운 일이라고도,
아니 가능한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다고 우리의 행복했던 모든 순간들
모든 소소한 추억들
거품처럼 사라지진 않을 거야
파도도 흩어지면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지만
언제나 우리들 위에서 달은 물을 밀고, 또 당기고 있고
밀리고 당기어지는 파도는 거세었다 잠잠해질 뿐
우리들의 이야기도 거세었다 잠잠해질 뿐
결코 사라지진 않을 거야
혹시라도 너무 잠잠해져 기억이 희미해질 때면
해변의 소라 껍질을 들어 귀기울여 줘
하하호호 즐거웠던 우리들 웃음소리
모두 담겨 있을 거야
언제나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