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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Sep 04. 2024

프롤로그) 그대 마음에 건배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아직 시를 모른다.

시가 불러서 대답했고

물들어갈 때 잠시 돌아봤다.

바람 불어올 때 즈음

손때 묻은 물건과 느슨해진 인연과

너덜해진 마음과 이별을 준비한다.

여전히 두렵지만 낯선 인연, 낯선 마음, 낯선 도전에 한걸음 다가간다.

나가고 만나,

다시 살아가는 모든 것 품고 노래하려 한다. 

여물지 않는 삶의 순간을 서툰 걸음으로 이어나간다. 무지한 나를 시가 일깨워주리라.

눈을 감고

당신과 시 다가오는 발자국에 귀 기울인다.






구멍 뚫린 바람 하나 

타다 남은 바람 하나 분다.

가슴속 외로운 바람 하나 어온다.

맹렬했던 여름, 평생 갈망하던 사람은 

마음속 공백 남기사라졌다.

비어버린 가슴, 불안과 슬픔을 품고 운다.

잃어버린 것과 사라진 것은 무엇인가.

가슴 귀퉁이를 가만히 쓸어본다.

언제부터 불던 바람일까.

들어찰 것 없는 가슴에 바람이 분다.


키보다 저 자라난 슬픔.

성장이 채 멈추기도 전 불어오던 바람.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랑이 무엇인지 모를 때

그저 불어오던 바람이다.

이제야 알 것 같은데

바람 근원지는 사라지고 오롯이 나만 남았다.

이제야 바람을 볼 수 있는데

바람은 바람결 따라 흘러갔다.

나는 여태 바람 불면 흔들리는데

너는 여태 위태롭게 불어온다.

정녕 바람은 바라볼 수 없는데.


뜨거운 여름, 가려졌던 바람 불어온다.

내 안에 부는 바람인가.

내 안에 우는 눈물인가.

슬픔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다.

마음은 닳은 듯 닳지 않았다.

써도 써도 모난 마음은 왜 그대로일까.

쓰고 써서 마음을 다해 쓰기로 다.

닳아서 매끄럽게 문드러질 때까지.


픔을 제대로 바라보 슬픔을 공부한다.

내일 살아갈 연료, 한 땀의 눈물을 위하여.

더 이상 슬픔이 아닌

웃음의 한 결로 떠오를 날 위하여.

다시 일어설 당신을 위해.

다시 걸어갈 우리를 위해.

당신과 나

우리 모두 마음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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