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Sep 11. 2024

온통 당신뿐

가을 새벽녘

애써

밀어내고 돌아서던 밤


애써

걷어내고 울어대던 밤


온통

너 하나로 가득 차고


눈을 았다 뜬 새벽

고즈넉한 방안


가을소리와

가을노래

가을공기로 가득 찼다.


눈물짓던 밤 지나가고

새벽녘 러온 순간


찬란한 슬픔

와르르... 

내게 안겼다.


황홀한 가을이

내게 왔다.




오늘의 슬픔 사용설명서


-가을 따라 흘러간 도서관여행

떠나간 여름 그리워하며 슬퍼하던 밤이 지나갔다. 눈물은 밤하늘 은하수같이 흩어지고 찰나의 아름다움이 내게 온 순간 가을이 왔다. 벅찬 마음 가눌 수 없어 기차를 타고 떠났다. 가을 사랑하는 사람 싣고 바람 속을 내달렸다. 창밖에 가을이 그리다 만 수채화가 펼쳐져 있고 우리는 다가올 시간을 채색했다. 


드디어 도서관 도착. 학교였던 공간을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지혜의 바다' 도서관에 도착했다. 3층까지 이어진 도서관은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공간 속에 세계와 우주를 품고 있었다. 가늠할 수 없는 숱한 삶이 모여 나란히 서있다. 이로움에 넋을 잃고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정갈한 네모 사이사이 끼워진 가을냄새에 그만 아득해졌다. 으로 가득한 공간은 미지 않아도 품위와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아이들과 책숲을 누비며 무한한 산책을 즐겼다. 자연 속 나무였던 그들이 활자를 품은 나무우뚝 서있다. 무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바라보고 냄새 맡고 어루만졌다.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어 괴로운 사람같이 무수 책을 품고 싶어 안달 났다. 슴이 뜨거워졌다. 두를, 모든 책을 사랑할 수 없어 슬픈 찬란한 순간.


내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사랑할만한 것이라면 무엇에든 빠져들었고 아파야만 한다면 기꺼이 아파했으며 이 생에서 다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건 슬픈 말이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면서 나는 내가 도넛과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다. 빵집 아들로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깨달음이었다. 나는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슬픔공부 한 줄 요약


벗어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슬픔이라면 차라 슬픔의 중앙에 서라. 품고 맛보고 그대로 즐겨라. 과거는 과거인 채로 미래는 미래, 현재는 '지금, 여기, 이 순간 ' 그걸로 족하다. 

슬픔은 아름다그대로 '와락' 그대 품에 안길 테니.

이전 02화 슬픔의 굴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