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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Sep 13. 2024

나는 당신이 아프다

눈물 먹고 자란 꽃

슬픔의 뿌리여,

눈물 먹고 자라난 뿌리 

온 산을 뒤덮었다. 

눈물 먹고 자란 새순은

소금 되어 뿌려질 줄 알았다.  


차마

하늘로 르지 못한 눈물이여,

깊고 무거워

끝내 오르지 못한 설움

바닷가 고운 눈 반짝이며

그리움 말린다.


눈물 먹고 자란 식물은

속으로 울다가

으로 곪을 줄만 알았다.


결코

피어날 리 없는 나의 생명체,

겨울 끝자락 슬픔 한가운데  

한 송이 꽃로 피어났다.


그대가 사랑한 꽃잎이 흩어지고

그대가 사랑한 계절이 나가면

아픈 가슴 움켜쥐고 봄같이 운다.


아름다운,

이 아름다운 계절

당신만 없어서 꽃잎같이 스러진다.

그대가 벚꽃보다 짧게 흩날려서

여태, 나는

당신이 아프다.






오늘의 슬픔 사용설명서


" 엄마, 엄마 웃을 때 보면 외할머니랑 똑같아."

딸아이를 바라보며 웃는 내 모습이, 평소와 다름없던 내 웃음이 엄마 닮았단다. 겨우 잠든 지난 슬픔이 깨어났다. 엄마와 닮은 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다르다고, 당신과는 다른 삶을 살겠단 모진 의지였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어떤 점도  닮고 싶지 않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마의 웃음, 목소리, 무엇하나 닮지 않은  없었다. 미워했으나 미워할 수 없고 사랑했으나 사랑할 수 없 아픈 날다.  


못난 나를 후회한다. 철부지에 이기적이었던 나를 자책하고 나무란다. 잊은 듯 잊어갈 듯 기울듯 기울어진 당신이 내 곁에 남아 살아간다. 당신 못다 한 차마 채우지 못한 짧은 삶을, 어설펐던 흔적을 더듬으며 하루를 그려간다. 함께 할 때 보다 깊어진 마음을, 늦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당신께 보낸다.




슬픔공부 한 줄 요약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연마되지 않는 보석은 그대로 그리움 되어 내 안의 보석이 되었다. 그대 안의 원석도 캄캄한 밤, 그대 발걸음 비주는 보석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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