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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Sep 07. 2024

슬픔의 굴레

당신이 남긴 힘

그리움 고 자란 순한 짐승

게걸스레 눈물 주워 먹

슬픔이 원동력 되었다.

아픔은 뼈가 되고

그리움은 살이 었다.

아픔은 단단하여 자를 수 다.

그리움은 연약하여 도려낼 수 다.

몸같이 붙어 나를 만들어간다.

나는,

아프고 싶지 않다.

그리움에 빠져 죽고 싶지 않다.

뼈를 끊어내고

살을 잘라내야

슬픔의 굴레.




오늘의 '슬픔 사용설명서'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한다. 무심코 달고 다, 다리 이토록 무거울 수가! 살짝 방향만 틀고 동작만 달리 했을 뿐인데 기저기 곡소리가 난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육체와 생의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몸하나 버거워하는 나약한 생이 몇십 년 묵은 생은 어찌 어지고 갈까.

필라테스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필라테스 강사님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하는 말이 있다.

 " 제 근육 키우려 운동하는 거 아니죠? 자기 운동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이겨내세요!"

그래! 내 몸, 내 근육 키우는 일인데... 돈 내고 벌 받, 고통을 사서 즐기는 묘한 느낌은 엇일까.  

번 할 때마다 살과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찢기는 느낌이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이스크림 녹아내리듯 땀방울이 녹아내리고 이러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건 아닐걱정이 들기도 다.  강사에게 원망의 화살이 날아가고 세상에 있는 욕, 없는 욕 절로 나온다. (존경합니다♡ 강사님 ) 

 정해진 카운트큼 브릿지, 플랭크  꾸역꾸역 이어간다. 1분 1초가 하루만큼 길게 느껴지지만 버텨낸다. 픔을 견딘 시간만큼 성장할 거라는 걸 아니까. 두 다리로 걸어 들어와 비록 네 다리로 기어나가지만 웃을 수 있다. 고통 뒤 은은하게 퍼지는 쾌감은 완주한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

삶이라는 마라톤을 이어간다. 완주할 날 떠올리며 나아간다. 삶의 생채기 여전히 아프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시원하게 웃어넘길  오겠지. 언젠가는.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
<황보름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삶, 다른 슬픔을 짊어지며 가고 있다. 유달나만 슬픈 게 아니다. 유독 나만 아프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오늘은 소설책을 읽으며 슬픔 헤엄치는 법을 배다.

그래, 진 우물이든 마른 우물이든 빠진 적 없는 사람은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모른 체하고 감추려 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자. 어떤 감정인지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 않던가.

마음 안에 들어앉은 감정이 우울이든 불안이든 슬픔이든 얼굴을 마주하고 대차게 이름도 불러보자.

감정을 인정하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로부터 내일은 시작될 테니까.




슬픔공부 한 줄 요약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행동이다.'
-조지 헨리 루이스

일단 집 밖을 나서서 걷자.

햇볕 쬐고 젖 마음 널다 보면 스멀스멀 연둣빛 기어코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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