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슬픔 사용설명서
대낮에 보면 꼭 피딱지 말라붙은 것처럼 볼품없는 빛깔을 하고 있는 수수이삭도 새빨간 저녁놀 속에서 보면 전혀 느낌이 달라졌다. 마치 아름다운 눈빛이 수수이삭에서 우러난 것처럼 깊이 모를 처절한 진홍빛이 괴어 있었다. 세상 슬픔 알기 전의 어린 나이에도 놀수수 이삭을 보고 있노라면 까닭 모를 청승과 비애가 목구멍까지 치받쳤었다. 그 빛깔이야말로 내 감상의 가장 원초적인 빛깔이었다.
<박완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수'>
슬픔공부 한 줄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