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늘 그랬듯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 헤어짐과 끝, 이별, 마지막이란 단어는 매번 가슴을 두드린다. 온다는 말도 없이 문을 두드리고, 간다는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나섰다. 당신이 머물다 간 빈자리가 커서 한참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어른이란 이름표 달고서도 이별 앞에선 턱없이 서툴고, 헤어짐이 두려워 시작 앞에서 여태 서성거리고 허둥거린단 사실도... 당신은 알지 못한 채 떠났다.
명절연휴 막바지,당신이 꿈에 나타났다. 짧은 만남이 아쉬워서일까. 다시 찾아온 당신을 붙들고 수다를 떨었다. 이 세상 존재하지 않는 당신인데 어제 만난 사람처럼 살갑게 안부묻고 챙기던나의 모습이 생생했다. 자꾸 마음 쓰여 다시 당신을 찾아갔다.사진만 봐도 마음이 아릿했다.
여기저기 슬픈 사람아픈 사람 너무 많은데 내 슬픔은 어디에 놓아야 할까. 어디쯤 두어야 괜찮을까. 한참 망설이다 다시 손에 쥐고 걸어 나왔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사랑'>
슬픔공부 한 줄 요약
과거의 기억에서 아픔에서 도망가는 건 여기까지. 이젠 충분히 보듬고 숙성시키기로 한다. 발효시킬수록 깊어지는 포도주처럼 예쁜 항아리에 슬픔을 담아 숙성시킨다. 시간 따라 계절 따라 흘러가다 보면 깊고 진한 나만의, 당신만의 포도주가 완성되어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