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날씨 탓일까. 아침이 밝아도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그동안 여름 열기에 쌓인 피로가 만만치 않았나 보다.
시계 알람으로 겨우 눈 뜬 아침,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이토록 작은 그릇을 가진 내가,사랑하는 마음 하나 살뜰히 담지 못하는 내가 따뜻한 진심을 받아도 될까. 부끄러웠다. 잠이 덜 깬 상태임에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고운 사람 앞에서, 맑은 시 앞에서 당당히 설 자격이 되는지. 따뜻함을, 말간 마음을 덥석 받아도 되는 건지.
나는 누군가에게 온기와 진심을 나눠준 적 있던가. 부끄러워서 하늘도 햇살도 바라보기 힘든 아침이 밝았다.
필라테스 수업시간, 짐볼에 앉아 운동하다 또다시 눈물샘이 터졌다. 운동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가을이라 그런가. 아니면 늙어가는(?) 성장통인가.
"짐볼 위 동그란 원의 면적을 충분히 활용해서 움직이세요. 자꾸 흔들리고 균형을 잡지 못하는 건, 중심을 잡지 못해서입니다. 불안정하지 않게 중심을 잡으세요. 그래야 흔들리지 않아요."
가을바람에도 일렁이는 마음, 필라테스 강사 한마디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필라테스 동작이 힘들어서 인가. 자꾸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톡톡 건드린다. 짐 볼위흔들리는 모습이 위태로운 내면과 겹쳐진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제 세상 만난 양 뜨거워졌다.
가을은 툭하면 사람을 울리는구나.
떨어지는 잎사귀에도 스치는 바람 한줄기에도 흔들거린다. 이젠 필라테스마저 슬프다니. 붉어진 내 눈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강사님.(죄송합니다, 강사님 누가 눈물샘 좀 잠가주세요, 힝)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방황하고 또 한 번 좌절하며중심을 잡아간다. 오늘도 현실과 꿈 사이, 사람과 삶 사이 균형을 간신히 잡아간다.
슬픔 공부 한 줄 요약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주저앉아 한탄만 한다면 우리는 그 대가로 소중한 현재와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상처를 입고 무너져 버리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것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혜남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