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산책길, 모자와 마스크로 똘똘 무장한 채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이 인사를 건네며 다가온다. '투명인간 모드'완전실패다. 아무리 감싸고 숨겨도 모태 아름다움은(?) 감춰지지 않나 보다. 흠흠. 걷다 보니 여기저기 피어난 들꽃이 시선을 끌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크고 화려한 꽃을 좋아했다. 요즘은 풀숲, 돌틈사이 무심한 듯 피어난 들꽃에더 마음이 간다. 걷다가 꽃만 보이면 멈춰 섰다. 예상했던 산책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한철 피다 스러질 작은 꽃인데 여름 끝자락 붙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시인의 노랫말처럼 이젠 가야 할 때다. 수십 번 수백 번 수만 번 이별을 고해도 아프고 아려올 이별이지만 이젠 뒤돌아선다. 뜨겁던 여름이여 안녕.
무기력하게, 꺾인 갈대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벽이 된 나의 몸과 마음을 두드리자. 그래서 얼음을 깨듯 나를 깨트리자. 눈보라 가듯 움직여가자. 삶이 무지근한 잠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이 그 속에 생화(生花)처럼 놓여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알프레드 드 뮈세는 "삶은 꿈, 사랑은 그 꿈"이라고 노래했으니 말이다. <문태준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슬픔공부 한 줄 요약
슬픔마저 낙엽같이 뒹구는 계절, 시월이다. 뜰 안을, 마음 안을 비질할 시간이다. 매 순간, 매일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채색하자.
모든 인연이 연꽃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았으면. 모든 인연이 풍경을 뎅그렁, 뎅그렁, 흔들고 가는 한 줄기 맑은 바람 같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