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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Oct 09. 2024

가을 속에 너를 묻는다

'여름의 끝'

보고 싶다 말할까

그립다고 할까

계절 따라 흩어질 설렘

꽃잎 따라 스러질 


떠오른 해에 잡은 손

저무는 해에 놓을까

가을 하늘만 봐도

시린 마음


바래가는 버들잎에

지지 말라 매달릴까

흔들리는 나뭇잎에

가지 말라 붙잡을까


닳아버린 마음만

바람 되어 날아간다


저물지 못한 노을 서성 

밤새 뒤척이던 달 떠오르면

마지못 어둠이 내려온다


그대 생각 하루를 다 쓰면

지는 가을 속에 너를 묻는다





오늘의 슬픔 사용설명서

올해 여름은 유독 붉고 강렬했다. 불쑥 찾아온 가을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불도저 같은 시월 적응하려, 마음 보폭 좁히려 무던히 애를 써본. 오가는 길에 눈인사 나누며 그가 살포시 남긴 낙엽 책갈피도 만지작거린다.

라디오에선 '여름의 끝' 책의 일부분이 흘러나온다. 그들의 닿을 수 없는 사랑 속에 서서히 빠져든다. 마음이 파도치듯 일렁거린다. 여름은 저만치 모습을 감추었지만 아직 가시지 않은 여운을 연료 삼아 책을 펼쳤다. 

여름이라는 계절로 인해 더욱 목가적으로 느껴졌던 우정을 되도록 길게 끌고 싶었다는 것이 정확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 우정의 불가피한 종말이 얼마나 깊은 낙심을 안겨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는 사랑받는 느낌을 사랑했고, 그 다정함만으로는 충분한 보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윌리엄 트레버 '여름의 끝'>
아일랜드 시골마을과 그곳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여름 햇살처럼 청명하게 그려진다. 태어나 처음 느낀 사랑과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기억, 깊은 연민과 그만큼의 희망이 절제된 문장에 담긴다.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트레버의 소설은 화려한 수식 없이도 온전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여름의 끝' 서평>

여름의 끝에서 만난 플로리언과 엘리. 그들에겐 지켜야 할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결코 버리지 못할 것임을 안다. 흘러가는 계절 따라 묻어야 하는 사랑.

푸른 슬픔이 내게 다가왔다. 그들이 남기고 간 여름의 시린 자락은 시로 남겨졌다.





슬픔공부 한 줄 요약
울음은 한없는 어둠으로 우리를 잡아 끌어내리는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굿판이다. 가슴속 깊숙이 응어리진 것을 토하듯이 내뱉고, 눈물로 그 슬픔을 씻어 내리는 작업... 그래서 한 판의 굿이 끝나듯 서서히 울음이 멈추면 가슴속에서 들끓던 슬픔은 거품을 걷어 내고 맑은 물이 되어 제 물줄기를 따라 흘러간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모르는 듯 웃고 잊은 듯 살아라. 웃다 보면 살다 보면 선명했던 선은 옅어지고 깊은 줄 알았던 마음은 발밑에서 찰랑거릴 테니. 언젠가 우연히 마주쳐도 스쳐 지나갈 수 있도록.






P.S: 디오에서  들은 책제목을 반만 기억하고 도서관을 찾아갔습니다. 기억의 오류로 '여름의 끝''그해 여름 끝'으로 착각하고  대출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야 책을 잘못 빌렸단 걸 깨달았답니다. ^^:

다시 도서관을 찾아간 끝에 드디어 '여름의 끝' 제대로 빌려왔습니다. 책 제목을 착각한 덕분에 졸지에 제목이 비슷한 책 2권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는...ㅎㅎ

때론 오류나 실수가 예기치 않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올가을엔 다들 독서풍년 맞이하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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