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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Oct 12. 2024

내 눈물일랑 바라보지 말고

나아가라, 그대여

외로움을 껌처럼 씹고 다니

비자발적 웃음을 흘리던 사람

쓸쓸함 감추고 이내 돌아선다


얼굴이 없어

다리가 없어

길 잃은 꽃잎같이

세상 위를 부유한다


목울대 넘어 눈물이 찰랑거려도

슬픔에 체해 숨조차 쉴 수 없어도

책상 위 인형같이 방긋 웃어댄다


땅 위에 서면 발 닿을까

행복한 사람 이에 서서

웃는 입을 활짝 그려본다


부디, 당신은

내 그림자에 닿지 않기를

거리마다 쏟아낸 눈물

그대마저 삼킬까 걱정된다


지난밤 슬 채 흘러가기 전

날카로운 소나기에 인 심장은

까맣게 타버린 가슴

밤하늘같이 일렁인다


부디, 당신은

내 발자국에 닿지 않기를

그림자마저 찢긴 아픔에

그대 고운 발 젖을까 두렵다


거친 슬픔은

저린 심장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그대는 나아가라

매끈한 보드란 길로 나아가라

내 눈물일랑 바라보지 말고

내 쓸쓸함일랑 거두지 말고





슬픔 사용설명서
하루 종일 쓴 것이 읽고 보니 엉망진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그러면 어떤가. 소설가 커트 보니것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글을 쓸 때, 입에 크레용 하나를 물었을 뿐 팔도 다리도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
그러니 하던 대로 계속 밀어붙이고, 커다란 실수와 시행착오를 범하라. 많은 종이를 다 써버려라. 완벽주의는 졸렬하고 냉혹한 형태의 이상주의다. 반면 뒤죽박죽 무질서야말로 예술가들의 진정한 친구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어른들이 부주의하게도 말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즉 우리가 누구인지, 왜 태어났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실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 말이다. 한 걸음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써야 할지를 깨닫기 위해서도 실패는 필수다.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중에서>

날고뛰는 사람 속에 달팽이가 태어났다. 우후죽순 자란 풀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이슬비 막아줄 집마저 없는 민달팽이다. 달랑 몸뚱이 하나가 전부인 달팽이가 넓은 풀숲을 뛰놀며 창공을 가르는 그들을 바라본다. 멀어지는 그들을 바라보며 푸른 슬픔을 느낀다.


과연 이 길 끝 종착지가 있긴 한 걸까. 걸어온 길은 제자리인 것만 같고 가야 할 길은 아득해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그들조차 고통 속에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는다는데. 고통좌절 없인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데.


누구도 처음부터 날 수는 없다. 걷고 뛰고 날기까지 좌절했던 숱한 밤다. 그 밤은, 그 날개는 화려한 빛깔이 아닌 한숨과 좌절, 불멸의 밤이 방울방울 맺힌 눈물의 빛깔이다. 이젠 화려한 겉모습보단 그들 손끝에 맺힌 굳은살과 굽은 어깨를 보려 한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또 한 번 실패에 적응하기로 한다. 실패로 닿은 길은 빛나는 별자리로 이어질 선이.





슬픔공부 한 줄 요약

주저앉은 에게 간절히 보내편지. 한걸음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손 뻗을 기력조차 없는 당신에게 간절한 주문을 걸어본다.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시작되고, 그 희망이 올바른 일을 하려는 강인한 희망이라면, 새벽은 반드시 올 것이다. 당신은 기다리고 주시하면서, 하던 일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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