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Series] EP.06 이보다 더 다사다난 할 수가 없다
모의고사에서 1등을 했을 때,
제일 신났던 사람은 아마 나였을 거야.
아이가 아니라, 나.
내가 아이보다 더 달리고 있었던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달림의 끝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대망의 중간고사.
시험은 전체적으로 어렵게 나왔지만
우리 둘 다 “이 정도면 잘 본 것 같아.”라며
서로 안도했지.
이번엔 정말 실력으로 부딪혀본 시험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모의고사 땐 운도 좀 따랐다고 생각했거든.
그때가 그 해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시험이 끝나고 나는 조심스레 말했어.
“너 이번에 전교 3등 안엔 들었겠다?”
그랬더니 애랑 남편이 동시에 정색하면서 말하더라.
“설마.”
“설마 말도 안 돼.”
그래.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로 일어났지.
전교 1등.
사실 나도 너무 놀랐어.
ㅡ
“와... 진짜? 그렇게 갑자기 확 오른 거야?”
아니 그게 플랜대로 노력한다고 다 돼?”
그러게.
나도 얼떨떨했어.
안 그래도 애가 그러더라.
“엄마, 오늘 담임 선생님이 따로 부르셨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말씀 중에 그러셨대.
"교직생활 35년 동안,
너처럼 수직 상승한 애는 처음이다."
ㅡ
공부하는 거 보면 사실 답답할 때도 있었거든.
모르는 단어 하나라도 걸리면
유의어, 반의어, 문맥까지 다 찾아봐.
그냥 무조건 외우는 법이 없어.
이해부터 시작해서, 반복으로 굳히는 식이야.
문제집을 풀 때도 마찬가지.
아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 틀리는지를 보려고 하더라.
그러니까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
그게 늘 신기했지.
“아... 그냥 성실한 게 아니라,
완전 파고드는 애구나.”
맞아.
국어 선생님도 그러셨어.
본인 제자 중에 두 번째로 어휘력이 좋은 아이래.
아마 꾸준한 독서와 공부 방법 때문이었겠지.
ㅡ
“와, 진짜 대단하다.
나였으면 아마 들떠서 난리 났을 거야.”
나라고 왜 안그랬겠어.
그날 이후로 솔직히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났던 것 같아.
그만큼 긴장하기도 했고.
그래서 그때부터
핸드폰 보는 시간도 아까워서
문제집 사진도 찍어서 보내주고,
오가며 보라고까지 했지.
공부 분량도 플랜으로 짜서 내가 직접 체크했어.
“그걸 엄마가 하란다고 애가 다 해왔어?”
그게 문제였어.
성향이 꼼꼼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했지.
그러다 보니 계속 밀리고,
나는 그럴수록 불안해서 더 다그치고.
야자 끝나고 돌아온 애한테 물었지.
“오늘 어디까지 했어?”
“수학은 다 했는데, 영어는 다 못 했어.”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했어.
“그거 밀리면 안 돼."
나중에는 애도 지쳤는지 지지않고 말했지.
"나보고 더 어떻게 하라고!!
나 오늘 쉬지도 못하고 공부한 거야.”
하루도 안 싸운 날이 없었던거 같아.
ㅡ
“너네가 싸웠다고 말도 안돼.
둘 다 너무 열심히였네. 그땐 몰랐어?”
몰랐어.
그냥 ‘해야 하는 거니까’라고만 생각했어.
내가 너무 과하게 밀어붙였지.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의 공부법이 맞았어.
수능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고
내신은 얼마나 촘촘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니까.
ㅡ
하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
2학기 중간고사 한 달 전쯤이었나.
주말에 해야 할 공부가 밀려있어서
나름 신경이 날카로웠지.
자기딴에도 시간을 아껴보겠다고
아끼던 긴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거울을 보더니 울더라고.
머리가 생각보다 너무 짧았거든.
근데 나는 말이지,
그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던 건지
이렇게 말해버렸어.
“그깟 머리 또 자라. 아무도 안 보는데,
그 머리 때문에 왜 이 아까운 시간을 날려?”
“와...그건 좀 세다. 애 마음 완전 꺾였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뭔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게.
ㅡ
그리고 또 한번은
중간고사 끝나자마자 수학여행이 있었는데,
나는 걱정부터 했어.
‘놀다 오면 흐름이 끊기겠구나.’싶어서,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날부터
그 힘든 공부를 다시 시켰어.
“야!뭐야...
중학생인 우리 집 애도 그렇게까진 안 시킨다.
넌 진짜 너무 달렸구나”
“근데 애가 그 전에 불안해하거나 힘들어하진 않았어?”
그때는 재촉만 하기 바빴지.
지금이라면...아마 다르게 했을거야.
ㅡ
다행인 걸까
아이는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어.
하지만 그렇게 1년여 가까이 밀어붙인 끝에,
결국 아이가 무너졌지.
“그만하면 안 돼?”
“나 지금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그렇게 열심히 하던 애가,
스스로 멈추고 싶다고 할 정도면
진짜 많이 힘들었던 거네.”
그치?
그때가 2학기 기말고사 전이었어.
갑자기 번아웃이 온거야
웃긴 건 말야...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보고 싶다면 →
[Muzi-Series] EP.01
이 시리즈의 이전 내용이 궁금하다면→
[Muzi-Series] EP.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