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05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항상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을 할 것인가,
그가 받고 싶은 사랑을 할 것인가.
대부분은 전자를 택한다.
익숙하고,
편하고,
덜 다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선택의 이면에는
조용한 진실 하나가 숨어 있다.
사랑은 언제나,
누군가가 더 많이 다치는 감정이라는 것.
ㅡ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은
내가 익힌 언어로,
내가 정한 속도로,
내 방식의 애정으로 상대를 감싸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안전하다.
하지만 그 안온함 속에서
상대는 조금씩 멀어진다.
말은 따뜻했지만,
마음은 끝내 도착하지 않는다.
ㅡ
그가 받고 싶은 사랑을 해주려면
나는 익숙한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자존심도,
표현의 습관도,
나만의 감정 리듬도.
그래서 나는 조금씩 아파진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진짜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의 마음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이 도착했을 테니까.
사랑은 늘 그래서
누가 더 다칠 것인가를 두고 망설이는 감정이다.
우리는 “줄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고,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사랑한다.
그게 내가 무너지지 않는 법이니까.
그게 나를 지키는 사랑이니까.
ㅡ
하지만 정말로 사랑을 선택한 사람은
먼저 스스로를 내려놓은 사람이다.
그의 언어를 배우고,
그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그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람.
그 사람은 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야
비로소 사랑이 도착한다는 걸.
물론,
한 사람만 다치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늘 한쪽이 참아야 하는 사랑은
언젠가 그 온기를 잃고 만다.
그래서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려는 마음이다.
내가 다쳐도 괜찮은 날이 있고,
그가 나를 위해 아파해줄 날도 있다면
그건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사랑이다.
ㅡ
나는 문득,
조용히 묻고 싶어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내가 주고 싶은 사랑만 고집하고 있진 않은지,
그가 원하는 방식 앞에서
조용히 돌아서고 있진 않은지.
사랑은 결국,
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귀 기울이는 일이다.
그리고,
다치기로 결심한 그 자리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