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마음을 입다 | EP.15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온도로 마음을 눕히다
“슬프진 않았어.
그런데 괜히 조용해지고 싶었어.”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숨을 한 톤 낮추고 싶었다.
누가 괜찮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속으론
“그냥 내 옆에 있어 줘.”
라는 말을 한 번쯤 꺼내고 싶었다.
베이지에 회색 한 방울이 스민 따뜻한 토프.
여름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빛이 사선으로 눕기 시작할 때의 색.
날 선 감정을 긁지 않고,
말끝을 둥글게 만드는 질감.
화려함 대신
조용한 여유로 나를 감싸는 온도.
창가 자리,
얇은 가디건,
따뜻한 무화과 차 한 잔.
사람들 목소리는 멀리 배경이 되고,
테이블 위엔 햇살이 얇은 띠로 누웠다.
나는 반쯤 고개를 떨군 채
한 곡을 조용히 반복 재생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지만,
오늘의 나는
유난히 예민했고,
그래서 조금,
예뻤다.
사람은 눈물이 없어도
울고 있는 날이 있다.
그건 외로움이라기보다,
지금의 마음이 너무 사람 같아서다.
오늘의 토프는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살짝 흔들리며 버티는 색.
그 흔들림이
지금의 나를
오히려 더 진짜답게 만들었다.
ㅡ
후렴이 지나가면,
붙잡지 못한 안부가 마음 안쪽에서 늦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