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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코트를 꺼내는 아침

시간에 스민 계절 | EP.05

by 마리엘 로즈


월요일 아침,
옷장을 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얇은 니트 하나로도 충분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손이 먼저 코트 자락을 찾았다.

몸이 먼저 계절을 알아챈 걸까.

아침 공기는 단단했고
바람은 느닷없이 차가웠다.

햇살은 여전했지만
그 속에 섞인 공기의 결이 달랐다.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몸이 움찔했다.

가을이 깊어졌다는 걸,
피부가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보다 더 낯선 건 마음이었다.

늘 하던 대로 알람을 끄고,
커피를 내리고,
익숙한 거리로 발을 옮기는데-

마음이 자꾸만
뒤처지는 기분이었다.

멀쩡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데도
조용하고 헛헛한 감정이
말끝처럼 남아 있었다.

무엇이 빠져나간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자리는 분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듯
마음도 조용히 감쌀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어제 좋아요를 눌렀던 문장 하나.
창밖을 보며 생각났던 누군가의 말.
가방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편지 한 장.


마음은 그렇게
단어들을 하나둘 꺼내 입기 시작했다.



그 문장들은 꼭
구겨진 어깨 위에 슬쩍 올려놓는
담요처럼,

조용하지만
확실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때로는 온몸을 감싸는 외투보다
짧은 한 줄의 문장이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할 때가 있다.



몸은 코트를 찾았고,
마음은 따뜻한 문장을 찾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옷보다 말에,
온도보다 온기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조용하고 부드러운 온기를 원하게 된다.

그건...


누군가의 말일 수도 있고,
책 속의 문장일 수도 있으며,
그저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짧은 눈빛일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
당신의 마음에도

부드러운 한 문장 하나가
포근히 머물 수 있기를.



오늘,
당신 마음의 코트가 되어줄 문장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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