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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그리움은 종종 바람을 타고 온다

시간에 스민 계절 | EP.03

by 마리엘 로즈


그리움은 사건이 아니라 감각이다.

가을 아침,
그건 바람처럼 다녀간다.

아무도 몰랐던 내 마음을
햇살과 바람이 먼저 알아채는 아침.



가을 아침의 바람은
늘 조용하다.


어디선가 스쳐온 듯하지만
분명히 내 곁을 지나간다.

창을 여는 순간,


빛과 함께 들어온 공기 속에
말 없이 스며드는 감정 하나.

그건 이름도 없고
기억도 분명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아마도
그리움이겠구나.



그리움은
누군가를 선명히 떠올릴 때보다,
그냥...


‘어떤 감정이 지나갔다’고 느껴질 때-
더 깊이 스며든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마음,
알지 못했던 표정,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따뜻해지는 기억 같은 것들.

그리움은
항상 한참 뒤에 도착한다.


그리고 대개,
가을 아침 바람을 타고 온다.



햇살은 부드럽고,
그늘은 아직 얕고,
바람은 생각보다 가볍다.

그런 날의 아침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되려,
조용히 꺼내 보라고 등을 떠민다.

나는 그런 아침에
어디선가 오래된 마음 하나를
슬며시 다시 열어보게 된다.



그리움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누군가를 붙잡지도 않는다.

그저 바람처럼
스쳤지만 분명 닿고 갔다는 사실만을 남긴다.

마음 어딘가가
살짝 흔들렸다는 감각.


그게,
가을 아침의 그리움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리운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

아무도 몰랐던 내 안의 기억들이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더 나를 알아차리게 된다.



가을 아침,
그리움은 종종 바람을 타고 온다.

말 없이 스쳐 가지만,
그 바람이 닿고 간 자리에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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