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스민 계절 | EP.06
빛은 환하지만 마음은 조용히 멈추는 시간
겨울의 낮은
어딘가 느슨하고 멈춘 듯하다.
햇살은 분명 환히 퍼지고 있지만,
그 안엔 이상하리만치
말 없는 고요가 깃들어 있다.
눈부시다기보다
텅 빈 골목을 비추는 정직한 빛.
무언가를 따뜻하게 감싸기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온기.
그게,
겨울 한낮의 햇살이다.
ㅡ
빛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인데도
마음은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 앉아 있다.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있으면
따뜻하긴 한데 이상하게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겨울의 햇살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그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만히 곁에 머문다.
ㅡ
그래서일까.
겨울 한낮의 빛은
사람보다 더 정직한 침묵을 가진 것 같다.
다정하려 애쓰지 않고
위로하겠다는 말도 없이,
그저 자신에게 허락된 만큼의 따뜻함만
그 자리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ㅡ
나는 그런 빛을 좋아한다.
애써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되고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저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 한편이 천천히 풀리는 순간.
ㅡ
한겨울의 한낮은 짧고,
그 짧은 빛이 지나간 자리엔
길고 고요한 그림자만이 남는다.
겨울의 태양은
늘 낮게 떠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오래 끌어안는지도 모르겠다.
쓸쓸함은 어쩌면
그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ㅡ
겨울 한낮의 햇살은
결국,
마음을 뜨겁게 하는 빛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멈춰 세우는 빛이다.
바쁘게 흐르던 마음을 잠시 붙잡고
생각이 멈추는 자리에서
천천히-
아무 말 없이
마음 위에 내려앉는다.
햇살은 가장 높이 떠 있는데,
마음은 가장 낮은 곳에 앉아 있다.
겨울 한낮은,
그런 시간이다.
https://pin.it/4Q0gEqDf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