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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Sep 27. 2024

독서모임을 통해 쓰기를 열망하다.

고유한 문장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  

첫 문장을 쓰는 것은 어렵다. '글 쓰는 날'이라고 정해 놓은 나와의 약속을 강하게 외면하고 싶다. 오늘만 쓰지 말까? 욕구를 뒤로 하고 노트북을 켠다. 어디 보자. 나는 뭘 쓰고 싶었더라, 아니 내가 뭘 쓰고 싶긴 한 건가?


쓰는 사람은 쓰지 않을 때의 고통이 커서 쓴다는데 (쓰기의 말들-은유) 나는 지금 쓰려고 하는 고통이 더 크다. 창 밖으로 보이는 똑같은 창문들과 커서가 깜빡이는 노트북 화면을 노려본다.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덮어둔 핸드폰을 간절하게 열어보고 싶다. 그래도 써야지, 분명 쓸 것이 있다. 있을 거야.. 최면을 건다. 그리고 생각해 낸다. 독서 모임에서 느꼈던 생생한 행복의 순간. 나도 모르게 쓰기로 이끌리게 된 과정을.


바람이 좋아서 모든 것이 좋았다. 야외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동해서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렸다. 운 좋게 다섯 자리가 났고, 신이 나서 책을 올려두고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5년 전 이맘때 별마당 도서관 근처의 야외 카페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던 내 모습이 겹쳐진다. 달라진 것이 없구나. 그때 오셨던 한 분과 결혼했다는 것만 빼고.


생각해 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 또한 달라진 점 중에 하나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책들을 접했다. 알랭 드 보통의 위트에 감흥하고 니체의 문장을 읽으며 내 안의 뭔가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솔직하면서 따뜻하고 때로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글.


독서 모임에서 쓰기에 관한 책을 다룬 것은 처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보는 대신 뭐라도 쓰기 시작하셨다는 분은 이미 글쓰기에 있어서 전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뒤에 자신이 갖고 있는 글감을 50개나 생각해 내셨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각자는 고유한 존재이며 쓰려고 하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독서 모임의 매력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입 밖으로 꺼냈던 말들이 내게 돌아와서 어떤 선언처럼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내게 다가온 한 문장 - '쓰지 않는 고통이 더 큰 사람들은 쓴다'- 을 입 밖으로 뱉으며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쓰는 이유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유명해지기 위해서도 아닌, 쓰지 않으면 안 되어서였음 잊지 말자. 그러면 쓰기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니.


타인의 좋은 문장들을 수집해 왔던 나는 이제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내고 싶다. 쓰지 않으면 만들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쓴다. 오늘 쓰지 않으면 내일도 쓰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쓴다. 그리고 이 마음을 갖게 해 준 독서 모임에 고맙다.


부엔 까미노 : 좋은 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오신 분이

사람들의 좋은 길을 기원하면서

만드셨다는 배지를 받았다.


어제의 하늘은 웃고 있었다




<쓰기의 말들에서 수집한 문장>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끝나지 않는 글이 고역이다.'

'큰 소리를 내거나 따지지는 않았어도 속으로는 다 생각하고 다 의심했다.'

'조붓한 앞마당'

'저번에 썼으면 이번에도 쓸 수 있다.'

'한 줄 한 줄 밀고 나가는 심사숙고의 시간 동안 모든 사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자기만족이나 과시를 넘어 타인의 생각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자기 노출은 더 이상 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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