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에 독서모임을 개설하고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로 쉬었던 6개월을 빼면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열어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누가 대신 진행해 줬으면 좋겠다.' 싶은 날이 한두 번 있었는데, 그때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분이 본인의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독서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모임 개설 후 2주 뒤, 질문할 것이 있다며 찾아왔다.
질문 1.
K: "윤영 님, 독서 모임을 열었는데 사람이 오지 않아요."
Y: "처음에는 사람이 모이는 데 시간이 걸리죠. 모임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세요?
K: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서 30분 같이 책 읽기. 다음 1시간은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Y: "책을 하나로 정하지 않고요?"
K: "네.
각자가 다른 책을 읽고 생각을 말하는 것은 그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기가 쉽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은 혼자서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들을 접하고, 다름을 느끼고, 수용하거나 혹은 수용하지 않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같은 책을 미리 읽고 와서 2시간 동안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을 선호한다.
질문 2.
K: "운영하시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뭐예요?"
Y: "음..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소수인데 날짜가 임박해서 취소를 하시면 못 오시는 분들이 계시니 마음이 안 좋고요, 한 분이 말씀을 길게 하시면 그걸 제어해야 하는 것이 좀 힘들어요."
'일류의 조건'이라는 책으로 모임을 하면서 세 명의 취소자가 생겼다. 사람들은 몸이 아파서, 갑작스럽게 회식이 잡혀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취소 버튼을 누른다. 그나마 이유를 알 수 있으면 다행인데 취소하고 아무 말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모임장이 모임규칙을 어떻게 만드느냐 달려 있다. 독서 모임의 특성상 책을 읽고 오지 않으면 참석을 할 수가 없기에 일주일도 안 남았을 경우의 취소는 참가비 환불이 되지 않고 참석 신청 후 2번의 취소 시에는 강퇴 조치를 하고 있다. 규칙을 정하는 것은 모임 운영을 원활하게 하고, 모임장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말씀을 유독 길게 하시는 분이 오시는 날에는 모두가 만족스러운 시간을 위해 균등한 발언 기회가 중요하니 3~5분 내외로 이야기해 달라고 언급한다. 그래도 길어질 경우에는 "얘기가 길어지니 다른 분의 얘기도 들어보자"라고 용기를 내어 말할 수밖에.
질문 3-4.
K: "윤영 님이 모임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듣고 싶어요."
Y: "모임이 아니었더라면.. 중간에 덮었을 책들이 많아요. 제 취향에 매몰되어서 읽고 싶은 책만 읽었을 것 같고요, 독서 모임은 제 세계를 넓혀 주었고 그러니 이 모임은 결국 저를 위해 하는 것이죠. 동시에 다른 분들께도 같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고요"
K: "한 사람 한 사람을 동일하게 소중하게 하시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는 거예요?"
Y: "그건감사함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정한 책을 선택해 주시고 매번 다른 장소를 정하는데도 잘 찾아오시는 것. 완독이라든지, 일주일 전 취소 금지라든지.. 모임 규칙을 잘 지켜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에요. 그걸 느낀다면 한 분 한 분이 소중할 수밖에 없지요"
질문 5.
K: "결혼도 하셨는데 계속 똑같이 진행하시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모임은 언제까지 할 생각이세요?"
Y: "할 수 있을 때까지요. 생각은 시시각각 바뀌지만 지금은 끝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