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에 관하여
2020년도에 독서모임을 시작해서 어느덧 6년 차가 되었다. "올해로 모임을 운영한 지 6년 차가 되었습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시작을 했다고 해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편인데, 신기하게도 이 모임은 매번 나에게 설렘과 긴장감을 주며 가슴을 뛰게 한다. 이것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인 것이다.
독서 모임의 정수를 꼽으라면 모임 자체라기보다 시작 전까지 책을 읽고 있는 모임 하루 전날 저녁과 당일의 아침이다. 평소 같으면 책을 읽는 대신 다른 것을 했을지도 모르는 시간. 꼼짝없이 완독의 데드라인을 지켜야 하므로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 참여자들에게 양질의 질문을 하기 위해서 여러 질문을 만들다 보면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책의 제목은 '내공'(조용헌 저)이었다. 책을 정할 때는 몇 권의 후보를 두고 시기적절한 책으로 선정한다. 연초에 '내공'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정한 이유는 나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부족한 내공을 쌓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각자가 생각하는 내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사는 것',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임' 등의 의견이 있었다. 표지에 '인생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내공은 '삶을 잘 채우는 것'이라는 의견과 그와는 반대로 '삶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니 그것을 어떻게 가지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당신의 내공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도 재밌었다. 내가 가진 내공을 생각해 보다가 '복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간이 동물보다 못한 점 중 하나는 후회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후회를 통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고자 하는 발버둥이 마음에 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분께서 "윤영 님의 내공은 유연함을 통해서 여러 사람을 연결시키는 능력인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생각해 보니 그 능력도 꽤 마음에 든다. 막상 칭찬을 받으면 어쩔 줄을 몰라서 그 시간을 빨리 옆으로 스와이프 하려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내공보다는 남이 말해 주는 평가가 더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 나는 내공을 좀 더 쌓아야 할 것 같다.
복기하는 능력을 통해서 한 번 했던 실수는 다시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임을 6년 동안 운영하면서 얻은 내공은 이런 것이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더라도 당일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가끔은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대처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고, 힘들거나 좋은 날이 아주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 하지 못한 말이나 해서 후회되는 말들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 다음 모임에서 다룰 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책이 확실하게 다가오기 전까지 정모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것. 빠르게 불타오른 인연은 쉽게 떠날 수 있다는 것. 오래된 것들에는 그것을 견뎌낸 힘이 있다는 것. 그런 믿음이 나의 내공이다.
부족한 점을 안다면 스스로 그것을 채울 수도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