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타면 숨을 헐떡이는 나를 보며 언니는 말했어. 언니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배를 만져 주는데 그럴 때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가끔 꿈에도 나오는 그곳.
어둡고 축축했던.
인간들은 개꿈이라면 우습게 생각하지만 내겐 아주 아주 무서운 꿈이야. 그 꿈에서 나는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어. 엎드리기에도 좁은 철창에서 움츠린 채로 꾸벅꾸벅 졸았지. 철창이 열리면 두려움에 몸이 바들바들 떨렸어. 커다란 손이 철창 속으로 쑥 들어올 때면 곁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졌는데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 친구들은 어떻게 된 걸까. 다음이 내 차례일까, 아니면 이번일까.
어쩌다 잠이 들어도 푹 잘 수가 없었어. 철창 밖에서 괴로운 울부짖음이 들려오곤 했거든. 내가 아는 의사 아저씨와는 분명 다른 모습인데 그 손에는 날카로운 물체가 들려 있어. 그것은 언니가 사과를 깎아줄 때 쓰는 것과 같았어. 인간은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것을 어미 개의 배에 갔다 대고 뱃속의 새끼를 꺼내. 고통스러워하는 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꺼낸 새끼를 수건에 싸서 다른 곳에 분리시키지. 젖을 먹으면 새끼는 작고 귀여운 모습을유지할 수가 없거든..
정신을 차린 개는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새끼를 한 번이라도 보려고 철창을 향해 머리를 들이받지만 아무리 해도 문은 열리질 않아. 그렇게 수십 번을 들이받은 머리에서는 시뻘건 액체가 흐르고안간힘을 써도 시도는 끝이 나질 않았어. 몇 번의 출산 후에도 새끼를 제대로 품어본 적이 없는 어미가 온몸에 힘이 빠져서 축 늘어진 채로 눈을 감기 전까지는.
그 꿈을꿀 때면 몸을 심하게 떨며 잠에서 깨곤 해.
마치 내가 그 어미 개인 것 마냥...
오빠는 내가 무서운 꿈을 꿀 때마다 나를토닥토닥해 주지만 한동안 심장의 떨림은멈추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