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3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갖게 되었다. 10년동안 휴직, 1년간의 복직, 다시 1년의 휴직이었다. 10년동안 가정주부로만 살다가 복직한 직장. 직장동료, 출퇴근하는 기분, 나만의 출근길, 나의 책상, 내가 할 일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워킹맘, 때때로 아픈 아이들, 퇴근하고 피곤해진 몸으로 아이 숙제 봐주기, 어지러진 집, 냉동식품으로 가득한 밥상, 학교 친구들과 어색하게 지내는 아이의 모습과 그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나, 내 아이를 봐주러 오느라 피로해진 친정엄마의 얼굴이 나를 힘들게 했다. 1년동안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소진된 채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했고 다시 1년의 꿀같은 휴직기간을 갖게 되었다.
휴직기간이지만 '육아'휴직이므로, 사실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의 새로운 생활은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것도 많았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학교에 바래다 주고, 집안을 정리하고, 12시면 돌아오는 아이를 맞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 공원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간식을 챙겨 먹이고, 학원에 보내고, 공부할 것들, 숙제들을 챙겨서 알려주고,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 '엄마'인 나로 가득한 삶. 직장에 다닐 때보다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뭐랄까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가끔씩 조바심이 나는 삶.
휴직기간 1년의 목표를 '수영 마스터'로 세워보았다. 월수금 3일을 9시 반에 집을 나서서 센터에서 샤워를 하고, 10시부터 11시 초급 수영 수업을 받고, 다시 샤워를 하고 돌아오면 11시 30분. 일주일에 3일동안 2시간 수영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대학생 때, 결혼하기 전 직장인이 었을 때 초급 수영 수업을 들었었던 것 같은데 흐지부지 끝났다. 자유형, 배영을 하는 법은 알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수준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수영하는 법을 배우리라 다짐하고 있다. 다행히 요즘 수영가는 게 너무너무 재밌다. 발차기를 아주 열심히 해대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는 내모습도 웃기고, 꼴랑 한바퀴 돌고 숨을 헐떡이는 내모습도 귀엽다. 한바퀴 더 도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리지만 사실 속마음은 더 돌고 싶은 마음이 더 클 정도로 재밌다. 허우적대다가 가끔씩 물살을 쫙 가르고 몸이 빨리 앞으로 나아갈 때의 느낌은 짜릿하다. 이 순간을 위해 사람들이 수영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 순간을 매번 느끼는 건가 싶다. 문제는 아직 내가 어떤 동작을 했길래 빨리 간 건지 당췌 가늠하질 못하고 있어서 곧잘 다시 허우적 대기도 한다. 몸으로 동작을 익히고 어떤 동작이 맞는 동작일지 계속해서 생각하며 시행해보는 과정들 자체가 다 너무 재미있다. 선생님이 팔을, 발을, 다리를, 몸을, 배를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왕왕 울리는 수영장에서 큰 목소리로 설명할 때면 다들 이마에 주름이 갈만큼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는 모습들이 너무 재밌고 귀엽다. 옆 중급반 라인에서 평영인지 접영인지를 배우는데 물속에서 인어공주처럼 몸을 꿀렁이며 물위로 툭 튀어오는 모습들을 보면 경탄이 나온다. 나도 저 지경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은 배영을 배우는데 자꾸 물을 먹는다. 몸을 제대로 띄우고 발차기를 하는 법을 아직 익히지 못한 듯 하다. 이것도 신기한게 몇번 물을 먹다 보면 세 바퀴 쯤엔 제대로 몸이 나갈 때가 있는데 이때 아쉽게도 수업이 끝난다. 배영 발차기와 팔동작을 같이 하면 몸이 쭉 앞으로 밀려 나가는 느낌이 드는데 이 느낌 또한 너무 신나고 재미지다. 20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색색깔깔의 수영모를 쓰고 배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보노보노 같아서 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오전을 이렇게 혼자 슬금슬금 웃으며 수영 배우는 시간을 쓰는 나 자신에 기특해하며, 이번엔 제발 좀 끈덕지게 제대로 배워서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즐기는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록 수영 달인까지 되지는 못할지라도 '엄마'인 나로 가득한 생활에서 한번씩 수영 강습자로 전환되는 이 기분이 좋아서 의의를 두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