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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지 Oct 30. 2022

조금이라도 더 자신 있는 쪽으로

 엄마 영은 분명 내 성적과 진학에 고민에 대해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그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해야 할 때쯤 그녀가 특별한 제안을 했다.

“도롱아 혹시 고등학교 대안학교 갈래?”

“대안학교요? 그게 뭔데요?”

“여행 다니고 글 쓰고 책 읽고 하는 학교인데 일반 고등학교 하는 좀 다를 거야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장이 안 나와서 검정고시 따야 해”

잠시 정적이 흐르다 입을 연다.

“아 그… 누나가 다니던 그거요? 근데 그게 학교예요?”

“어, 거기서 매년 신입생 뽑는데 너 중학교 졸업하면 들어가면 어떨까 하고”

“근데 갑자기 왜요?”

“너 학교 다니기 싫어하잖아. 지금 이렇게 공부해서는 고등학교 가서 똑바로 성적이 나 올 것 같지도 않고”

아차 했지만 지금의 행실을 보면 이런 제안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거기는 어떻게 가는데요?”

“면접보고 뽑는다는데? 거기도 붙어야 가는 거야 아무나 가는 데는 아니고… 그리고 누나 말로는 엄청 힘들데. 글 쓰고 책 읽는 양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고”

방으로 들어와 고민한다. 어차피 붙어야 가는 학교라면 신청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같다 생각한다. 사실 고등학교를 가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신명 나게 놀지도 못하는 성격에 어영부영 다시 3년을 똑같이 도망 다녀야   같아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을 있는 그대로 엄마 영에게 말할 수도 없기에 답답함이 있었는데, 아마 이런  마음을 그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나 싶다.


그녀의 부탁을 받고 잠시 집에 놀러 온 누이를 잡고 이것저것 학교에 대해 묻는다.

“거기는 그러면 책 읽고 글 쓰고 그러는 학교야? 다른 건 안 해?”

“여행, 여행 다니지. 여행도 엄청 많이 다녀 그런데 가기 전에 공부도 엄청 많이 해야 해”

“여행? 예를 들면 어디?”

“내가 알기로는 핀란드, 필리핀 같이 해외도 나가고 국내 여행도 갈걸?”

누이에 말에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올라온다. 해외까지 나가서 몇 달 동안 공부하고 지낼 것을 생각하니 막연한 두려움과 뭔지 모를 짜릿함에 잠시 넋을 잃는다.

“학교는? 학교는 어디에 있어?”

“영등포, 그때 가봤잖아, 거기야 그리고 거기 가면 영상팀이 있대, 너 영화하고 싶다며”

살짝 놓았던 정신이 되돌아온다. 여행 다니며 영상도 배울  있다 생각하니 차선책이라는 생각이  살아지며 흥분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 진짜 괜찮네”

나쁠  없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 컴퓨터를 켜고 학교를 검색한다. 얼마 있으면 열린 입학설명회에 날짜를 확인하고 엄마 영을 부른다. 날짜를  엄마 영은 이때 가보면 되겠다 말한다.

“네가 날짜 잘 기억하고 있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즐겨찾기 버튼을 눌러 저장한다.


  년은  입었어야 했을 교복을 조금 빠르게 사복으로 바꿨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엄마 영과 등록금을 납부하기 바로 며칠  잡음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큰일 없이 학교 입학에 성공했다. 갑자기 어디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교회를 갔다  엄마 영이 그냥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되겠냐 물었고, 갑자기  그러냐는 질문에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인문학 공부를 하면 교회와 멀어질  같아 불안하고, 순리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렇다 한다. 공부를  해도 좋으니 그냥 학교에만 나가면  되겠냐는 제안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갑자기  그러냐 화내며 문을 걸어 잠그고 식음을 전폐할까. 아니면 최대한 침착하게 그녀를 설득하려 시도해볼까. 충분히 고민한  내가 꺼낸 말에는  생각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왜 이제 와서 그러세요… 나는 마음 다 정했는데…”

살짝 당황한 엄마 영이 목소리를 한층 부드럽게 바꾸었다.

“그냥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 거야”

“교회가 걱정인 거면 걱정하지 마세요 교회는 잘 나갈게요”

며칠에 걸친 제자리걸음 끝에 결국에는 엄마 영이   물러섰다. 고등부 예배를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과 엄마 영과 함께 일주일에    성경을 읽고 나누는 .   가지를 조건으로 극적인 타협을 마쳤다. 원래 이렇게까지 독실한 신자가 아니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생각한다. 엄마 영의 기분이 한층 풀린  같을  슬쩍 다가가 말을 건다.

“그런데 엄마, 갑자기 왜 종교하고 교회로 이렇게까지 노심초사해요? 아빠면 몰라도… 엄마는 교회 나간 지 이제 1년 조금 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아빠가 성당 나갈 때도 그렇게 안 나가시더니”

입에 감자칩을 오물 걸리는 엄마 영이 몰랐냐는 듯 쳐다본다

“엄마 어렸을 때부터 교회 엄청 열심히 다녔어, 커서 조금 안 나간 것뿐이지 원래부터 하나님 믿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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