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학교 생활이 절반 쯤 지났을 때 엄마 영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차를 타고 1시간도 넘게 걸리는 교회를 매주 빠지지 않고 나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불똥이 나에게 튀었다. 일요일에 방에만 누워만 있지 말고 교회 나가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엄마 영을 따라나섰다. 처음 방문한 교회는 생각보다 많이 낯설었다.
태어나자마자 세례를 받고 아빠를 따라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성당에 다녔다. 당연히 내 의지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종교활동이었고,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무의미한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되자 자연스레 멀어졌다. 뜻도 모르는 주기도문을 외우고, 너무도 길고 답답하게 느껴졌던 한 시간의 미사 시간이 매주 차곡차곡 쌓은 피로감은 결국 종교인이 되길 포기하게 하였다. 머리가 조금 크기 시작하니 평소 오전 열한 시 미사를 나가는 아빠를 피해 집 밖에 나가 있었고, 혼자 성당에 갔다 오겠다 거짓말을 하며 성당을 피했다.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리 나가는 건 일도 아니었고, 맨 뒷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로 화투를 치거나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투를 벌이다 결국 중학교를 들어가서는 완전히 성당에 발을 끊었다. 그렇게 2년 정도의 공백기가 지났고, 잠잠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 종교생활에 다른 형식에 비슷한 신이 다시 나타났다.
경건하고 조용한 성당에 비하면 교회는 파티 같은 분위기였다. 성가대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길어야 5분 정도 노래하는 성당과는 다르게 빠름 템포의 드럼부터 일렉기타까지 밴드 형식을 갖춘 교회의 분위기는 무언가 어색하였다. 매주 입당부터 파견까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성당과는 다르게 교회는 목사님의 재량 것 예배가 진행되었다. 종교의식이라기보다는 강의에 가까운 방식에 처음에는 흥미롭다가도 멈추지 않는 목사님의 입에 지쳐 졸기 일수였다. 이런 나에게 엄마 영의 부탁과 명령 그 어디 중간쯤에 위치한 제안이 들어온다.
“중등부 신청해서 다니는 게 어때?”
“예? 중등부요? 아뇨, 싫어요.”
“왜 그러지 말고 중등부 들어가 봐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좋대. 엄마 부탁이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완강히 거부했지만 피할 수 없음을 깨닫는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점 굳어가는 그녀의 표정과 삐죽 나온 아랫입술이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게 하였다.
“중등부 가면 뭐가 좋은데요?”
“중학생이 중등부 가는 게 당연하지. 지금 네가 드리고 있는 건 성인 예배야”
10년을 넘게 성당을 다녔어도 성당에서 친구를 사귈 생각도 또래집단과 어울릴 생각도 하지 못하였는데, 잠깐 분위기만 살피러 나온다는 게 점점 일이 커진 것 같아 한숨이 나온다.
처음 들어선 중등부의 분위기는 정말 장관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텅 비어있는 맨 뒷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핀다.
“야 이 XX 진짜 X나 못하네 줘바”
“아 하지 마 XXX아, 아 진짜 못하기만 해 봐”
이곳이 예배당인지 아니면 만남의 광장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잠을 청하는 사람부터 핸드폰으로 신명 나게 게임을 하는 사람,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유튜브를 보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 모든 걸 신이 보고 있다면 진노하지 않고 뭐하나 싶을 정도로 어수선하였다. 예배가 시작되어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목사님의 목소리에 묻혀 소음만 조금 잦아들었을 뿐 분위기는 매한가지였다. 조심스럽게 들어와 나를 알고 있다는 듯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선생님이 같이 예배드릴 친구들이라며 세 명에 아이들을 소개한다. 한눈에 보아도 어색한 분위기와 느껴지는 거리감에 새로 적응해야 하는 나로서는 한편으로 다행이다 생각한다. 중학생들의 집중력을 고려한 것인지 학생들을 어르고 달래던 목사님이 한 시간이 조금 지나자마자 예배를 부랴부랴 끝낸다. 보상이라도 하듯 간식 카트가 들어오고 선생님이 조그마한 컵볶이를 하나하나 나눠준다.
“우리는 이렇게 예배 다 드리고 간단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거든? 그냥 편하게 예배 어땠는지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는지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싶은 거 얘기하면 돼”
친구들의 시선을 모두 떡볶이에 향해있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다 짧은 한마디가 나온다.
“언제 끝나요?”
“뭘 언제 끝나, 이제 시작했는데. 얘들아 선생님 좀 봐봐. 일주일 잘 보냈어?”
간신히 나온 말은 그냥 그랬다. 졸리다. 같은 회피성 대답이었다. 허공을 맴도는 선생님의 질문들이 점점 늘어나자 체 5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선생님이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그래, 그러면 다음 주 잘 보내고 선생님이 짧게 기도하고 끝낼게 알겠지? 자 여기 손 모아”
움직이지 않는 손을 선생님이 끌고 와 중간에 포갠다. 짧은 기도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뜨는 아이들에 선생님이 헛웃음을 내뱉는다. 가방을 챙기는 선생님에게 다가가 조심히 말을 꺼낸다.
“선생님 여기 분위가 원래 이래요? 제가 교회는 처음이어서…”
“여기가 다른 데에 비해 좀 더 어수선하지. 애들도 말 더럽게 안 듣고”
성당을 꽤 오래 다녔다는 말에 선생님이 그러면 더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 동조해준다.
“교회는 어떻게 오게 됐어?”
“그냥 부모님이 오셔서 따라왔어요. 처음에는 궁금해서 왔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 와 있네요”
선생님이 다 그렇다 시작한다 말하며 다독인다.
“엄마가 하도 가라고 하기도 했고, 부모님이 다 종교인이라 대화하려면 엄마, 아빠가 쓰는 용어들이나 표현들을 잘 알아 놓으면 나쁠 것 없다 생각해서 왔는데, 오늘 보니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엄청 기특하다. 다음 주에도 나올 거지? 선생님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