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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요가를 그만뒀더라면...

by 커피마시는브라운


pexels-sofia-alejandra-946049-3007355.jpg 사진출저-pexels



가족들이 모두 바라던 아이였는데...

배 속에 있는 동안 충분한 사랑도 주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 정기검진때까지는 심장소리도 건강하고 아이도 잘 활동하고 있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유산은 갑자기 일어나는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고.

산모의 잘못이 아니니 스스로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자꾸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었다.

내가 임신을 했는데 요가를 그대로 해서 그랬을까?

답답한게 싫다며 집에서 쉬지 않고 많이 걸어서 그랬을까?

내가 만약 일반 요가 수업 말고 임산부요가를 다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자꾸만 나는 이 모든게 내 탓인 듯 느껴졌다.




수술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2주 정도 몸을 회복하며 쉬었다.

요가 원장님께도 문자로 유산을 하게 되어서 잠시 운동을 쉬어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

요가원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 불편한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과연 요가를 다시 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이 상황을 요가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신랑, 나 요가 그만둘까봐. 요가를 하면 아이 생각이 자꾸 들것만 같아."

"왜 그만둬. 요가는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거니까 너가 요가 하는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가서 사람들 보기도 좀 그렇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없으니 그냥 다시 가봐. 지금 이런 이유때문에 요가하는 것을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나중에 요가를 안하게 되더라도 이런 이유로 그만두지는마."




신랑의 이 말에 용기를 얻어서 나는 3주 쉬고 요가원에 다시 갔다. 선생님은 어떤 위로를 나에게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살면서 가끔은 위로를 건네지 않는게 고마울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 나에게 위로를 건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말하고 수업 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요가원에서 인사를 하시던 분들과도 가볍에 눈인사를 했다. 갑자기 홀쭉해진 내 배가 어색했다. 나는 일부러 구석에 매트를 깔았다. 조용히 요가매트를 까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매트를 깔고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마음을 잡아봤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수업이 시작되었다. 다운독을 하는데 요가매트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선생님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조용하게 눈물을 흘렸다. 첫 날은 머릿속이 온통 아이에 대한 생각과 임신 기간 동안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로 가득했다. 선생님의 구령이 없었으면 요가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나와버렸을지 모른다. 요가를 할때마다 머릿 속은 복잡했지만 구령에 맞추어 동작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씩 아이에 대해서 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데 나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씩 덜어 낼 수 있었다.




살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많이 없는데 지금도 가끔씩은 이런 후회가 든다.

임신한 기간 동안 내가 요가를 안했다면... 걷기를 안 했다면... 아이는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었을까?

배 속에 있을때 아이에게 조금 더 사랑을 줄껄...

하지만 이미 아이는 내 곁을 떠나서 하늘나라로 갔고 나의 이런 후회들은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이런 후회를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는걸 아이도 더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요가를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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