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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요가, 나도 할 수 있다구요

by 커피마시는브라운



플라잉요가.jpg <출처-pexels>


아직 10개월 정도의 회원권이 남아있으니 새 원장님과 열심히 수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원장님은 요가원의 이름도 바꾸시고 요가원의 프로그램 역시 다 바꾸셨다. 아쉬탕가, 하타, 빈야사 등 요가 수업들을 없애고 필라테스와 플라잉 요가 수업의 비중을 많이 두셨다.




나는 사실 겁이 많은 편이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무서운 놀이기구는 타지 못하는 쫄보이다. 1년 전 플라잉 요가 수업을 한 번 듣고 포기했었다. 하지만 1년 전보다 요가실력이 늘기도 했고 새로운 원장 선생님이 플라잉 요가 수업을 많이 개설하시기도 해서 플라잉 요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래, 노력하면 이 무서움도 극복할 수 있을꺼야."


나는 조심스럽게 원장님께 플라잉 요가를 들어도 되는지 여쭤봤다.


"선생님, 제가 겁이 진짜 많은데요...저도 플라잉 요가 들을 수 있을까요? 초급,중급 나눠서 수업하나요?"


"브라운님은 잘하시니 금방 잘 따라하실꺼예요. 화,목 오전 10시 수업이 초급 수업이니 그때 한 번 와보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서 화요일 수업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줄에 매달리는 것도 힘든 나에게 선생님은 직접 오셔서 시범을 보여주셨다.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선생님은 옆에 오셔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셨다. 손은 덜덜 떨리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옆에 계셔주니 해볼 만 했다. 요가에서 마지막에 하는 '사바아사나' 자세가 있는데 플라잉 요가에서는 줄(줄을 펼치면 큰 천이다.) 안에 들어가서 '사바아사나'를 진행한다. 마치 아기가 엄마 뱃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줄에 나를 맡기고 공중에 떠 있으니 마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을 듣고 온 날 겨드랑이와 허벅지에는 멍이 잔뜩 들었다. 줄에 자연스럽게 매달리지 못하고 줄을 감지 못하니 몸에 압력이 많이 가해져서 이렇게 멍이 든 것이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원래 그런다면서 곧 좋아질꺼라도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그렇게 화요일과 목요일 수업을 계속 들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난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쉬운 동작들를 완성하지 못했다. 아주 쉬운 동작을 할 때도 손과 온 몸에 긴장이 잔뜩 들어가서 뻣뻣했다.

평범한 수업 시간. 양손으로 줄을 잡고 양발을 올리는 순간...나는 바닥으로 쿵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내 기억 속에 나는 줄을 잡고 올라갔던 것 같은데 밑에 매트에 떨어져있었다. 거의 1M높이에서 떨어진 것이였다. 선생님께서 다가오시더니 괜찮냐고 하셨다. 다른 회원분들도 다들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 괜찮아요.잠시 누워있을께요. 먼저 수업하세요."


나는 누워서 말씀 드렸다. 괜찮다고 했지만 허리가 바닥에 떨어질때 충격으로 너무 아팠다. 나는 그렇게 15분 가량 일어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허리가 아팠다. 순간적으로 운동을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전화를 주셨다.


"브라운님 괜찮으세요? 제가 혹시 줄에 문제가 있어서 떨어지셨나 걱정되어서 CCTV로 떨어지셨을때 확인해보니 올라갈때 손에서 끈을 놓치면서 떨어졌더라구요."


"네 선생님, 줄에는 문제가 없었던 걸로 알아요. 제 실수로 제가 줄을 꽉 안 잡았나봐요. 저 우선 일주일 정도 운동 쉴께요."


그렇게 나는 2주 동안 내가 좋아하는 요가를 갈 수 없었다. 한의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3차례 받을 것을 제외하면 정형외과에 가진 않았다. 2주 정도 쉬고 나니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만약 내가 그동안 요가를 해서 몸에 근육들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그때 더 크게 다쳤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회복하고 나서 플라잉 요가 수업을 갔는데 예전에 다친 기억때문인지 두려움이 더 앞섰다. 예전에 하던 동작들도 따라할 수가 없었다.




플라잉 요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가 이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계속 노력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 시간 동안 내가 더 잘하는 것들에 집중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나는 결국 플라잉요가 배우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요가 수련에 더 집중 하는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두려움을 만나기도 한다. 가끔은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전해봤는데 나의 길이 아닌 경우에 그만두는 것 역시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할수는 없다. 결국 우리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나를 인정하고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커다란 용기이다. 나를 인정하자 집에 가는 길이 더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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