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가 보게 되는 것들

한 사람, 두 가족, 세 사람의 이야기

by 이현지




'첫 만남'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서려있다. 하물며 그것이 미용사와 손님의 첫 대면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평생 서로를 몰랐던 두 사람이 같은 공간, 가까운 거리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손님 입장에서는 낯선 이에게 외모 변화를 요청해야 하는 일이면서, 증명되지 않은 모험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어색함을 견뎌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잘해주겠다고 내세우는 많은 미용실들을 제치고, 이 사람이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 또한 허락되어야 했을 테니 우리의 만남이 결코 가벼운 연결고리가 아님을 기억하려 한다.


따라서 '돈 아깝지 않게 해 줄게!'라는 포부가 자연스레 장착된다. 어려운 발걸음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불안함일지 나의 불안함일지 모를 녀석을 둘러매고 긴 상담에 들어간다. 집요한 상담을 나누다 보면 의도치 않게 그 사람의 취향과 직업 취미 자라 온환경 등에 대한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공유받게 된다. 짧은 시간 동안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한 챕터를 영화필름처럼 펼쳐보게 되는 순간이다.


어떤 머리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화두로 시작된 대화는, “근데 왜?”라는 나의 집요한 질문세례를 받게 된다. 당신이 이 머리를 왜 하고 싶었는지, 기존에는 어떤 점이 왜 불편했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고객의 결핍을 찾아내고야 만다.


미용사와 고객은 굳이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주기적인 만남으로 인해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늘 차분한 텐션으로 이 의자에 앉아계시던 한 여자의 전화통화내용으로 그녀의 결혼소식을 짐작해 버리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 앞으로 염색을 어둡게 해드려야 할지, 앞머리를 길러내야 할지 빠른 계획과 대안을 세워놓아야 한다. 대학병원의 주치의처럼 나도 그녀의 헤어를 전담하여 발 빠른 방향과 처방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일생에 작게나마 관여하게 되는 이 직업에 대한 무게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의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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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임산부배려' 키링이 달린 가방을 메고 들어오신 고객님을 보며 뭉클하는 심정에 내 마음은 요동친다. 우리의 어색한 첫 만남이 엊그제 같은데, 하나에서 둘이 되어 결혼을 하고 이제는 세 가족이 되는 소식을 듣는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이곳에서는 형용할 수 조차 없는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이미 보내고 오셨으리라, 그동안 당신이 느꼈을 행복과 설렘 때로는 걱정이 도사리기도 했을 모든 순간들마저 축복한다고 소리쳐 전해주고 싶다.



지금 내 손 끝이 닿고 있는 이 육신에 2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 야리야리한 몸에 무리라도 갈까 숨소리조차 고르게 대했던 나날들을 뒤로한 채, 언제나 그랬듯 시간은 무심하게도 흘러간다. 이내 모든 순간들이 과거가 되어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지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아가야 안녕 만나서 반가워




한 사람에서 두 가족 이제는 세 가족이 되어, 지금 이 모습이 완전체인지 아닐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하나의 작은 세상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또 다른 우주가 된 실태를 내 눈앞에서 실감하고 있다. 인연이 허락할 때까지 그들의 앞날에 작게나마 동행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껴본다.



아이가 한 살이면 부모도 한 살이라고 했다. 모든 역할이 처음인 자들의 조합으로 총출동한 한 가족의 미용실 방문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잊지 못할 “첫” 경험이 될 것이다. 아득히 작고 소중한 너의 눈에 비친 이 순간의 온도 습도 분위기, 모든 것들이 평온한 순간으로 닿았으면 한다. '처음'의 설렘이 울음바다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하기에,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배려일 것이다. 이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멈춘 듯 흘러가기를 바라본다.



뭉클한 가슴을 애써 참고 있는 와중에도 생각해 보거늘, 사랑스러운 아기의 크고 까만 눈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갓 태어난 작은 생명이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정중히 물어보고 싶다. 고작 1년도 살아보지 못한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엉뚱한 생각이 밀려오기도 한다. 작고 여린 너는 어쩌면 윤회하여, 이미 나보다 인생을 몇 번이나 더 살아본 대 선배일까? 그렇다면 이전에 어떤 세상을 보았을까? 이번 생은 행복해서 감당이 안될 만큼 훨씬 더 아름다운 꽃길만 걷게 되길 진심으로 바랄게.






작고 작은 소중한 생명을 통해 나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을까,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오며 외면했던 것들을 용기 내어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더 좋은 어른이 되려면 무엇부터 내려놓아 아하는 것일까, 앞으로의 삶은 채울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인가?







스쳐간 모두는 언제나 나에게 수많은 질문만을 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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