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전지적 미용사 시점

당신은 누구십니까

by 이현지




[프롤로그]



정해져 버린 의식처럼 깊은 심호흡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젯밤 미처 달아나지 못한 시스테아민 향이 머물러있는 곳. 아늑함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이 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렀다 가는 나의 작은 세상이다. 이 공간에는 정갈한 검은색 의자와 벽 거울이 부동의 자세로 서로를 마주 하고 있다.








오늘 이 의자에 앉게 될 당신은 누구십니까?




수십 년 동안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말 한번 섞어보지 않았던 우리의 첫 만남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사람 한 명을 사귀기 위해서는 조심스레 서로의 교집합을 물색하게 되는데, 그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해도 무방한 미용실이라는 곳은 나에게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세상이다.


미담에 누군가와 말 한마디 나눠보게 되기까지는 7번의 복선이 이어진다고 했다. 혹여나 우리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었다면 그 1평 남짓한 곳에서조차 냉기 가득하게 침묵을 지키던 사이였겠지.



결국 우리의 만남은 돌고 돌아 이 작은 의자 앞까지 닿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인 것이며,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닌 세계와 세계의 충돌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대로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물과 햇빛과 따뜻함을 공유하며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론 타인의 파도가 나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까지 모든 순간들이 서로에게 잔해로 남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만남이 휩쓸고 지나간 나의 세계는 다른 이의 흔적들로 인해 더 잔잔해지며 아름다워질 것이다. 타인으로 인해 다듬어진 나의 세상을 다른 이에게도 들려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직업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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