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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행복한 뒤통수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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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하육수 Jul 26. 2024

수영강사

연재소설

12. 수영 강사

수인은 차를 수영장 센터에 세운 뒤 준후에게 빨리 내리자고 재촉했다. 준후는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찡찡거렸지만 약속시간이 거의 다 돼서 수인은 준후를 끌고 내렸다.

오늘은 어린이집 아는 엄마가 소개해 준 수영 강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 엄마는 ADHD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데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수영을 한 이후로 아이의 집중력과 운동신경이 많이 늘었다는 소리에 수인은 솔깃해졌다.

그 엄마 말로는 도에 딱 한 명인 특수 수영강사란다. 그래서 인근 타 지역에서도 강습하러 오는 아이들이 많아 스케줄이 꽉 차 있어 대기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수인은 더 애간장이 탔다. 수영을 지금 당장 안 하면 시기를 놓칠 것 같고 좋아질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았다.

그리고 내심 수인의 마음속에는 이미 준후가 장애인 수영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 TV나 뉴스에 나오는 미래까지 그리고 있었다. 장애를 이겨내고 대회에서 상을 탄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며 준후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준후도 저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수인은 내심 희망에 부풀었다.

그 엄마에게 부탁해서 수영 강사와 상담받고 싶다 하니 수영강사는 아이를 한번 만나보고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한다고 아직 확정한 것도 아닌데 아이를 먼저 보자는 게 이상했지만 강사가 어렵게 낸 시간 이래서 수인은 얼른 준후를 데리고 온 것이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서니 독한 락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들어오기 싫다고 울먹거리던 준후는 갑자기 수영장을 보더니 이번엔 물에 들어간다고 난리였다. 이리저리 방방 뛰는 준후의 손을 잡고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4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전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멀뚱히 서있는 모자 앞에 서더니 전화를 바로 끊지 않고 계속 통화를 했다. 통화를 하면서도 그의 눈은 빠르게 준후를 훑어보고 있었다. 수인은 마치 면접을 보는 듯한 긴장이 들어 준후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수영강사가 듣지 않게 조용히 을러댔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급한 전화가 걸려와서요. 준.. 후? 준후어머님 맞으신가요?”

“네네.”

그는 수영센터 2층에 위치한 라운지에 수인과 준후를 안내했다. 준후는 수영장 안에 들어가지 않자 또 “이쪽 이쪽!” 수영장을 가리키며 큰소리를 냈다.

“준후, 자폐랑 ADHD 같이 있죠?”

강사는 앉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으며 '내 말이 맞지?'라고 확신에 차 보였다. 옆 테이블의 50대 아줌마 둘이 그 소리에 수인과 준후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저는 이런 애들 딱 보는 순간 압니다. 제가 15년 동안 장애인 애들 많이 가르쳤거든요. 소개해주신 어머님께 들으셨을지 모르지만 제가 애들 장애인 수영선수로 많이 키웠습니다. 장애인 선수권 대회도 많이 나가고 상도 많이 탔고요.”

강사의 으스대는 소리가 거슬리긴 했지만 상을 탔다는 소리에 수인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준후는 성향이 어떤가요? 컨트롤하는 게 쉽습니까?”

마치 동물이나 기계를 대하는 듯한 어감에 수인은 살짝 기분이 안 좋았지만 답했다.

“준후가 평소에는 순하고 얌전한 편이에요. 어린이집에서도 말 잘 듣는다고 선생님들이 칭찬해 주세요. 오늘은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좀 산만하고 짜증 난 상태인데 적응하면 금방 좋아질 거예요. 물도 좋아하고 체력도 나쁘지 않아서 수영 수업 잘 따라갈 것 같아요.”

수인은 자신의 말이 점점 해명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혹시나 수영강사가 준후를 안 받아주면 어쩌나 걱정만 앞섰다.

“어머님, 혹시 어머님은 준후를 어떻게 키우세요? 오냐오냐하며 다 해주는 편인가요, 아님 좀 강하게 키우시나요?”

“네? 뭐... 어떨 때는 다독일 때도 있고 준후가 잘못한 경우면 혼내기도 하는데...”

수인은 강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머님, 이런 애들은 좀 강하게 키워야 되거든요. 특히 이런 운동 같은 거 시킬 때는 더 그래요. 이런 애들은 말로 해서는 안 되는 게 많아요. 위험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리 지르고 손이 나갈 수밖에 없어요. 설렁설렁하지 않고 빡세게 해야 실력이 확 늘어요. 가끔 이런 걸 동의 안 하시는 부모님도 계시는데 그럼 제가 수업을 못하는 거죠.”

수인은 그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수영강사를 어이없이 바라봤다. 한마디로 체벌을 하고 어쩌면 폭행을 할 수 있지만 그건 강사의 당연한 권리이자 행동이고 장애 자식을 둔 부모는 눈감아라는 얘기로 들렸다.

일반 아이들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하면 이 강사는 당장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하겠지만 그가 말하는 ‘이런 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애들'의 당연한 교습법이고 자기 아니면 이런 애들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내뱉는 말일 것이다.

“준후 정도면 산만하긴 하지만 제가 가르쳐볼 만하네요. 준후가 열심히 수업 따라오면 수영 대회에도 나갈 수 있게 제가 힘써볼 수 있구요."

수인은 TV에 나온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맞으면서, 무시당하면서 이렇게 운동선수로 컸을까? 하긴, 일반 아이들도 코치들에게 체벌과 욕설을 받으며 운동선수로 큰다는데 하물며 말 못 하고 몸 불편한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수업은 평일은 스케줄이 다 찼구요, 주말만 가능합니다. 원래는 토요일에 저도 쉬어야 하는데 하도 어머님들이 수업을 늘려달라고 해서요. 그래서 토요일은 좀 더 가격이 나가구요, 한번 할 때마다 비용이...”

일대일로 해야 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해야 하기에 그 수영장 이용료까지 합치면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이었다. 하지만 느린 아이 교육하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수영강사의 압박이 수인을 할 말 없게 만들었다.

얼떨결에 다음 주부터 수영을 시작하기로 하고 수영강사는 부리나케 다음 수업하러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수인은 왠지 수영강사에게 모욕을 당한 듯한 참담한 기분이 들어 핸들에 고개를 푹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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