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7일~ 9월 10일
분량 : 77장까지 (문학동네 일러스트판 530쪽)
소감 : 이번엔 진짜 살짝 위기였다
이슈미얼이 포경선을 탄 건 실용 고래학 연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는 사실 백과사전을 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지식을 기록하여 남긴다. 세상에 널리 알려서 학계에서 인정받거나 유명인이 되겠다는 포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인 듯하고, 자신이 알고자 하는 분야라면 집요할 정도로 파고드는 성미인 듯 싶다. 고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겠다. 나도 고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솔직히 나는 고래의 인격화나 상징, 비유 등을 좋아하는 것이지, 학문으로서의 고래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말은 즉 이 책이 나를 언제나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 번 읽을 때마다 두 번 정도 한계가 찾아오는 것 같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 이제 관둬버리자! 하는 지경까지 가면 절묘하게도 피쿼드 호의 생생한 현재 상황이 중계된다. 가끔은 이슈미얼이 나를 농락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시한 밀당에 시달리는데 맡아놓은 물건이 있어서 꼼짝 못 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라고 할까. 소설을 시작할 때부터 이슈미얼에게는 이상하게 정감이 가지 않았는데, 점점 더 거리감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거리감은 사실 이슈미얼이 아니라 맬빌과의 거리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책이 언제나 불호인 것은 아니다. 맬빌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한 번 들면, 그에게 엄지를 치켜들고 싶은 순간도 한 번은 온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을 읽을 때이다. 이슈미얼이 세상에 “식인종”이 아닌 인간이 어디 있냐고 물으며, 기근을 대비하여 선교사를 소금에 절여 저장한 피지인과 푸아그라를 포식하는 문명화되고 개화된 인간 중 어느 쪽이 더 벌받겠는가 되묻는 장면. 문명에 노출된 야만인(퀴퀘그)이 백인들의 단어를 써서 원주민을 비하(인진!)하는 모습을 볼 때도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필 안식일에 고래 해체 작업을 시작하여 피쿼드호를 피에 젖은 도살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설정은 어찌나 강렬하게 뇌리에 남던지. 소설은 종교 의식을 배경처럼 깔고 있는데 그에 대해 더 많이 읽어내질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악마, 미신이라고 말하는 것과 소설 속에서 악마, 미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게도 의미도 다를 것이다. 그 차이를 좀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소설은 어느 사이 절반을 넘었고, 연재도 반쯤 달려왔다. 수요일, 일요일이라는 요일만 정해져 있지, 연재에 대한 어떤 방향도 형식도 정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법 긴 글을 쓰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오늘처럼 컨디션이 따라주지 못할 때면 남 탓만 하게 된다. 이슈미얼이 언제나처럼 늘어놓는 백과사전 파트에 작가까지 끌어들여 투덜거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항해에는 목적이 있고, 나는 그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문득 묻기나 하는 것이다. 이슈미얼에게. 당신의 항해는 즐겁기만 했는지. 바다 한가운데까지 나왔는데 육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어떻게 하는지. 더 나아가기도 되돌아가기도 막막할 때 선장은 어느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하는가. 상어가 눈앞에서 튀어 오르고 친구가 내 머리 위로 삽을 휘두르는 가운데.
그러나 거기 붙여진 '왕관'이라는 전문용어에 상상력이 동했다면, 이 거대한 괴물이 실은 왕관을 쓴 바다의 왕일지도 모르며, 저 녹색 왕관은 과연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방식으로 만들어져 그의 머리에 씌워졌을까, 하는 생각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고래가 왕이라고 하더라도, 왕관을 쓰기에는 너무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 축 늘어진 아랫입술을 좀 보라! 정말이지 부루퉁하고 입이 툭 튀어나온 모습이 아닌가!
/ 75장 참고래의 머리-비교론, 문학동네, 519쪽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못한 관계로 진도 체크만 하고 가겠습니다! 눈이 매우 뻑뻑해서 얼른 누워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주 진도 체크 ✅
은윤슬 54장
앞으로쏠린짜장면 79장
답글이 늦어 미안해요. 빨리 달게요!
저는 내일 예준투어하러 가요. 최애가 생일인 덕에 제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네요. 다음 연재 때 간단하게라도 후기 남기겠습니다. 일요일까지 모두 무탈하고, 즐겁게!
꼭꼭 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