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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7. 2022

장비의 문제가 아니야


이번 주에는 두 분의 선생님이 모두 수업시간에 요가링을 사용하셨다. 먼저 왼쪽 다리를 오른쪽 무릎에 걸치고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깊게 당겨준 후에 이번에는 다리를 펴서 가슴 쪽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다리를 쭉 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몸이 자꾸 따라 올라갔다. 그때 선생님께서 다리를 쭉 피는 것이 힘들면 옆에 놓인 요가링을 이용하라고 하셨다. 그래 요가링을 사용하자! 요가링을 발에 걸치고 양손으로 쭈욱 잡아당기니, 구부러진 다리가 쭈욱 펼쳐지고 스트레칭하는 것이 쉬워진다. 때론 이렇게 도구의 도움을 받아 요가를 더 쉽게 요령껏 할 수도 있다.



요가링을 사용해 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요가링을 바닥에 놓고 등을 올렸더니 등이 쫙 펴지는 게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요가링 안에 발을 끼워 넣고 꾹꾹 누르며 지압을 했을 때였다. 처음엔 발을 넣고 누르는 것조차 고통이었다. 그런데 계속 발을 꾹꾹 누를수록 아팠던 것이 조금씩 풀리며 '아... 시원하고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색다른 지압 마사지였다.



요가링을 사용해서 스트레칭을 했을 때도 좋았지만 지압으로 사용했을 때 더욱 만족스러웠던 나는 그 후로 요가링을 이용해 수업하을 기다렸다. 그런데 좀처럼 요가링으로 수업하는 날은 자주 찾아 오않았다.



요가링을 사용하는 수업이 자주 없으니 내가 스스로 요가링을 사용할 수밖에, 그런데 나는 가진 요가링이 없다. 아, 필요하다 요가링!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 요가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요가 학원에 등록하며 준비물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요가복만 입고 오면 된다고 했다. 요가 전 필라테스를 다녀볼까 해서 필라테스 학원에도 상담을 갔었는데 그때는 양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요가는 양말은 필요하진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사놓은 운동용 레깅스와 또 더 이전에 사놓았던 운동복 대신해서 입을 수 있는 반팔 티 장, 그리고 아주 오래전 헬스장에 다니던 시절 사놓았던 운동복 있어서 바로 요가를 시작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삶이 미니멀을 지향하게 되니 시작할 때 준비물이 다양하게 필요한 그런 운동들은 시작하기가 망설여진다. 소위 장비 빨을 덜 세우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운동복도 갖춰 입어야 하고, 운동매트, 때론 도구, 기구도 사야 하고, 신발, 장갑까지 풀 세트로 갖춰야 하는 것들은 약간 부담스럽다. 등산을 하려면 꼭 등산복과 신발을 갖춰야 할까?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필수는 아닌 것들이 좋긴 하다. 그래서 지난번에도 수영다시 해볼까 하다 요가를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요가링이 떡하니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요가링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소유하고 있다면 한결 편리한 도구였다. 아, 분명 없어도 잘할 것만 같았는데 갖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링이 자꾸만 갖고 싶어지는 것은 분명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요가링의 다양한 사용법






요가링이 또 다른 이점이 있을까? 해서 인터넷에 요가링의 장점을 찾아봤다. 요가링은 무리한 운동이나 과로, 스트레스로 인해 근육이 뭉치고 피로할 때 요가 링을 사용하면 부드럽게 이완시켜주고 혈액순환도 증진시켜준다고 한다. 그리고 승모근 통증, 근육통, 혈액순환 개선, 종아리 알 빼기 피로 해소, 근육 뭉침 방지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설명에 의하면 요가 링은 거의 만능 제품 아닌가?



특히 나에게 요가링은 스트레칭을 도와주는 것도 좋았지만 발을 넣고 꾹꾹 눌러가면 지압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동안 멀쩡히 걸을 때 언제나 별 불편함 없던 발이 요가위에 올리고 꾹꾹 밟아주니, '으윽,아악'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팠다. 그런데 그렇게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던 발이, 몇 번 앞 뒤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며 밟아주니 점점 풀어지며 정말 시원해졌다! 바로 이것이다!!!











럼에도 불구하고 요가링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집에서 발을 지압해줄 만한, 발을 놓고 굴릴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때 소주병이 눈에 띄었다. 소주병을 발에 대고 지압을 해봤다. 나름의 느낌이 있다. 그런데 요가 링보다 두꺼워서 그런지 세심하게 밟아주는 맛은 없었다. 아쉬웠다. 그 외에 다른 것들을 찾아내어 사용해봤지만 요가 링처럼 시원하게 발을 자극해주는 맛이 없었다. 어쩌지?




대체 이 집에 요가 링을 대신할 만한 것은 정녕 없던가?!




이 정도면 "그냥 하라 사라사!" 하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되면 물건을 허투루 집으로 들일 수가 없는 까닭이다. 이건 바로 소유와 무소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실은 지난번 명상을 하겠다고 오일을 사면서 깨달았다. 오일을 계속 사용하긴 하지만 명상을 하는 것은 내 마음의 문제이지 오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내 몸이 문제인 것이지 요가링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요가원에 가서 수련하는 날을 빼고는 다른 날은 집에서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요즘 매일 밤마다 하는 요가를 망설이게 하는 추운 날씨가 찾아왔다. 소파에 앉아서 담요를 덮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하면, 그 후로는 좀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진다. 그런 까닭에 그냥 매트 위에서 하는 20분 요가 수련도 힘든데, 과연 요가 링을 산다고 일어나 발을 꾹꾹 누르고, 다리에 걸고 스트레칭을, 팔에 껴서 마사지를 할쏘냐 하는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역시 장비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은 나의 문제이다.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겠다.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도 그러하듯이 요가링도 고심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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