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사치, 까눌레

by Blair



지금 나는 까눌레를 먹고 있다. 오늘 새로운 카페에 가려고 나왔다가 근처에 왔던 카페를 기억고는 '어? 저기 까눌레를 맛있게 하는 집인데' 하고 생각했다(당연히 커피도 훌륭했다) 그곳을 스쳐 지나가며 '까눌레 먹고 싶은데 저 카페 다시 갈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원래 목표했던 근방에 있는 새로운 카페에 왔는데 운명처럼 이곳에도 까눌레를 팔고 있었다.



작고 까만,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까눌레. 조금은 질긴 그 겉껍질이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디저트용 칼을 대고 조금 힘을 주어 자르면 된다. 그러면 한눈에도 촉촉해 보이는 까눌레의 내부를 발견할 수 있다. 포크로 콕 찍어 입에 넣으면 그 쫀득함이 입에서 느껴진다. 정말 겉바속촉의 대명사이다. 늘 하나로는 아쉽다. 까눌레는 반드시 최소 2개는 주문해야 한다. 기본 바닐라 맛과 그 외의 맛으로 한 개. 물론 다다익선이다.









까눌레, 이름도 독특하다. 까눌레(Cannelé)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유래된 디저트라고 한다. 부드러운 커스터드와 두꺼운 캐러멜 껍질, 그리고 바닐라 향과 럼의 향이 어우러진 프랑스의 과자이다. 까눌레 이름에는 주름이 있다 또는 국화모양의 뜻을 가지고 12개의 주름이 있는 황동 틀에 밀랍처리를 해서 굽는다. 겉바속촉의 식감과 커피는 정말 잘 어울리는 디저트이다.



까눌레에 대해 찾아보다가 까눌레 만드는 영상을 접했다. 까눌레 모양의 황동틀을 사용하고 있었다. 까눌레 반죽을 그 틀에 넣기 전에 비왁스를 녹여서 밀랍처리 하는 과정이 특이했다. 그 황동틀에서 까눌레를 꺼내기 위해서는 틀을 힘 있게 탕탕 내리쳐야 까눌레가 튀어나온다. 얼마나 화끈하게 황동틀을 치던지 테이블이 박살 나는 줄 알았다. 까눌레 꺼내기 정말 드네 생각했다.



실은 까눌레의 맛을 느끼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까눌레를 일부러 찾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갑자기 까눌레가 사랑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이렇다. 갑자기 하나에 푹 빠지는 시점이 찾아오곤 한다. 완전 금사빠가 따로 없다.



어느 날 까눌레를 사서 아이와 먹었다. 아이는 까눌레를 한 입 더니 "엄마 이거 탄 맛이 나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더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얘야 그건 그 맛에 먹는 거란다'. 되려 다행이었다 아이가 좋아하지 않아서... 이전에 아이에게 마카롱을 한번 준 후에 아이는 마카롱과 사랑에 빠져 그 이후로 마카롱을 보면 순식간에 먹어버린다. 덕분에 나는 그 후로는 마카롱을 온전히 먹지 못하게 되었다. 모르겠다. 엄마는 왜 맨날 자신의 것을 아이에게 양보해야만 하는지. 어머, 속마음을 들키고 말았다. 그러니 다행이다 나에겐 까눌레가 남아있다.









제주에는 다양한 카페 많다. 모두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맛있는 까눌레 맛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1. 모뉴에트



제주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있는 까눌레 집이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한 아빠의 감성을 담아 만든 곳이라고 했다. 이 카페는 예약제이다. 아니면 까눌레만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가기 전날 예약을 해야만 했다. 그곳은 우리 집에서 가는 길이 꽤나 멀었다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한참을 달려 도착하고 만난 작은 카페. 그곳에는 조금 나이 든 부부가 주인으로 계셨다. 당연히 젊은 딸이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카페 내부는 이미 손님들이 많았다. 예약시간이 다 되어가니 이전 손님들은 일어나고 새로운 손님들과 자리 교체 되었다.



카페 설명에 쓰인 대로 내부는 마치 음악감상실 같았다. 매장 곳곳에 빼곡 채워져 있던 음반은 물론 전문적인 스피커는 물론 음향, 음악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한 면에 빔으로 쏘고 있던 영화 덕분에 이곳만의 감성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까눌레에는 소주 한라산을 넣었다고 했다. 이색적이다. 보통 까눌레에는 럼주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 레시피이기 때문이다. 기본 까눌레의 이름이 한라산 까눌레이다. 그리고 제주 말차, 쇼콜라, 시나몬, 얼그레이, 피스타치오, 인절미, 약과의 맛의 까눌레가 있었다.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할까 하다가 도착 후 직접 주문했는데 품절된 것이 많아서 한라산 까눌레와 쇼콜레 까눌레 밖에 먹어 볼 수 없었다. 인절미 까눌레의 맛이 제일 궁금했는데 아쉬웠다. 그러나 기본 까눌레만 먹어도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까눌레로 유명한 카페답게, 까눌레 모양의 에스프레소 큐브와 아몬드 브리즈와 그래놀라를 넣어 섞어 마시는 시그니처 음료를 먹을 수 있었다. 에스프레소 큐브가 녹으며 아몬드 브리즈와 이루는 조화가 훌륭했다. 중간중간 그래놀라를 부어 먹다 보니 꽤 신경 써서 만든 시그니처 음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로우하이



애월에 있는 까눌레 맛집이다. 외관이나 내부가 정말 예뻐서 마음이 혹한 곳이다. 어쩜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완전 내 취향의 카페가 존재하던지 눈이 먼저 호강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쪼르륵 진열되어 있는 까눌레가 정말 사랑스럽다. 기본 바닐라 까눌레, 제주녹차, 얼그레이, 쏠티캐러멜, 쑥인절미 까눌레가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곳에는 없었던 '쑥인절미 까눌레'가 있어서 주문해 보았다. 쑥과 콩고물의 조합이 까눌레에 들어있다니 아마 한국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맛이다! 쫀득한 쑥(아마도 한라산 쑥?) 맛에 콩고물 가루를 찍어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물론 기본 바닐라 까눌레의 맛도 훌륭했다. 아 멈출 수 없는 까눌레의 맛이여!



함께 주문한 '크림커피' 맛도 최상급이다. 까눌레 한 입, 달콤 쌉싸름한 크림 커피 한 모금이면 잠시나마 극강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우하이, 제주







3. 커피냅로스터스




서울에서 유명한 에스프레소 카페가 제주에 오픈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끔은 디저트보다 커피가 정말 맛있는 카페에 가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방문했었다. 커피 맛집인지 알고 갔는데 커피를 주문하다 보니 보이는, 갓 구워보이는 까눌레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까눌레와 휘낭시에만을 디저트로 판매하고 있었다.



테이블 쟁반 위 한가득 구워져 놓여있는 까눌레를 보면 누구든 먹고 싶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여기는 딱 기본 까눌레만 팔아 다양한 맛을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역시 순정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주문해도 바닐라 까눌레는 꼭 주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맛의 커피와 까눌레의 조합이 마음에 쏙 들었던 곳이다.




커피냅로스터스, 제주















언젠가 까눌레를 한번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까눌레는 특유의 좁고 긴 틀 때문에 만드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재료, 온도,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실패가 많고 식감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가 까눌레 특유의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을 제대로 재현해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물론 전문가와 함께 한다면 달라지겠지? 언젠가 그날을 맞이하길 바라며...



당분간 까눌레의 사랑을 계속될 것이다. 아직도 까눌레가 팔고 있는 제주의 카페를 많이 알고 있다. 앞으로 부지런히 까눌레를 먹어보러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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