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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욕심내지 말기

by Blair Mar 06. 2025

휴무인 오늘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이것저것을 보다가 어느덧 아동 침구까지 구경하게 되었다. 알록달록 귀여운 침구가 구매를 자극한다. 그러나 아이의 이불을 따로 사고 싶어도 살 필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한 이불을 (물론 이불은 각자였더라도) 덮고 한 침대에서 자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사는 집에 들어올 때 싱글침대가 하나 있었어서, 더 이상 킹 침대에서 명이 자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아이는 초등학생이라 이제 몸집도 꽤 컸고, 자기 혼자 잠이 들 때도 있지만 완전히 수면독립은 아직이다.



하긴 수면독립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의 방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제주는 이층 주택이라 위아래로 크고 넓다. 분명 좋은 집인데 방은 위아래에 하나씩 밖에 없다. 그래서 1층의 방은 침대가 킹사이즈, 싱글사이즈가 있어서 잠자는 방으로 사용하고 있고, 2층은 평상시엔 재택근무하는 아빠의 서재로 사용한다. 어차피 2층은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엔 더 더워서 아이의 방으로 사용할 생각을 안 해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아직 아이의 방은 만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의 방을 만들어 주고 싶으면 이사를 가야 한다. 그런 까닭에 아직 아이만을 위한 침구도 사지 못했다. 고작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만 소유 중이다.



며칠 전 잠자리에서는 같은 반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동생이 둘이나 있는 삼 남매의 맏이인 친구인데 그 친구는 자기 방이 없다고 슬프다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마치 우리 아이가 느끼는 '자기 방이 없는 슬픈 감정'을 친구에게 이입한 것만 같아서 너도 방이 없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다. 아이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가 싶지만 이게 진짜인지 몰라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8살이 되던 해에 우리 가족은 3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물론 그전까지는 가족이 다 같이 한 방에서 자기도 하고, 오빠와 방을 같이 쓰기도 했는데 아파트로 이사 간 그때부터 내 방이 생긴 것이다. 그때는 내 방이 생겼다는 기쁨보다 앞으로 계속 혼자 자야 한다니 무섭기만 했다. 나는 그 방에서 쭉 혼자 무서움에 떨며 잔줄만 알았는데 그 후로도 한참을 거실에서 오빠와 함께 잠들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도 침대가 생겨서 좋았다. 매일 침대 위를 뛰곤 했으니까. 그런데 침대의 이불컬러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부터 분홍색을 참 좋아했기 때문에 분홍색 예쁜 이불을 덮고 싶었다(그때의 감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보리와 베이지 사이의 무난한 컬러를 사 오셨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지금처럼 기성품도 많지 않아서 침대패드도 베갯잇, 이불도 모두 맞춤으로 사 온 것이라 꽤나 비싼 가격이었을 텐데 그때는 그저 분홍색이 아니라 싫었다. 생각해 보니 침대도 무려 브랜드 ACE침대였다. 우리 집 그때 부자였을 수도!



웃긴 것은 그때의 이불과 침대는 지금도 친정에 있는데 이불은 여전히 멀쩡하다! 그리고 그 이불은 여전히 바스락거리고 새것만 같다. 최근에 친정에 갔을 때 덮고 잤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 당시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엄마 취향의 이불이었고, 그 컬러나 색감은 지금 딱 엄마나이인 내가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다. 아마 비슷한 나이의 엄마인 우리의 취향은 무난, 심플로 비슷한 것이 최고였을 수도. 무튼 그때는 전혀 몰랐던 느낌을 이제야 알게 되어 신기했다. 그래서 이제 그만 핑크 이불의 아쉬움을 보내줄 수 있었다.








사실 그때도 그 후로도 한참을 내 방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대학을 가며, 취업을 하며 혼자 살게 되면서 그 후 여러 사람과 부대 켜가며 그리고 작은 방에 침대도 부엌도 세탁기도 같이 있는 비좁은 곳에 살면서 집에 대한 소중함이 크게 느끼게 된 것 같다. 내가 살던 본가가 최고였구나. 정말 안락한 곳이었어.



만약 지금 내가 내 아이의 방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느낀다면 아마 딱 아이만 한 시절에 내 방이 생겼기 때문일 거고, 아이 친구의 마음인지 내 아이 마음인지 모를 '내 방'을 꿈꾸고 있을, 분홍색 침구를 상상하고 있는 아이가 자꾸 감정이입되어 그랬지 않았을까?







다시 즐겨찾기에 있는 예쁜 컬러와 디자인의 이불을 살펴본다. 다음 집으로 이사 가면 그때는 꼭 아이 방도 만들어주고 이렇게 예쁜 침대도 이불도 구입해서 넣어줘야지 하고 상상해 본다. 



그러나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언제라도 아이방은

생길 것이 이렇게 한 침대에서 복닥이며 잘 날도 멀지 않았으니까, 지금을 소중하게 여겨보자.




상상만으로도 참 예쁘다상상만으로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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