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인의 유명한 <가을의 기도> 의 두 번째 단락이다.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른 시로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며 시간을 잘 가꾸어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라고 말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큰 가치가 있다.
가을은 높아가는 하늘 만큼이나 사색하고 낭만을 누리기에 적당하며, 사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사랑은 가장 위대한 단어라고 한다. 사람들을 울고 웃고 만들며, 불행하게도 행복하게도 하고, 허하게도 기운 넘치게도 하는 참 복잡미묘한 것이 사랑이다.
아들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 날짜를 잡았을 때 확신이 있는지 물었다. 다른 사람은 만나볼 생각은 전혀 안 들었는지 은근히 떠보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어 이제 편안해졌는데 그 힘든 걸 왜 또 다시 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랑한다고 모든 게 완벽히 맞을 순 없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맞춰가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헌신을 강요하거나, 자신에게만 맞춰달라고 해선 안 된다. 그런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누구나 사랑을 추구하며 사랑 받기를 원한다. 충분히 사랑 받지 못한 이들은 결핍을 경험하고, 그 결핍은 바른 인격을 형성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어릴 때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산만하거나 과격하거나 불안을 경험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기 어렵다. 부모와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 아이들은 그 애착으로 세상과의 관계를 넓혀나가며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게 된다.이처럼 사랑은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랑을 주변에 흘려보낸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서 어린 장발장이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19년을 지내고 나온 뒤에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가득했던 그를 새 사람으로 바꾼 건 미리엘 신부님의 너그러운 사랑과 용서였다. 신부님께 받은 은촛대로 마들렌이란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고 죽어가는 팡틴의 딸 코제트에게 그 사랑을 흘려보내면서 자신의 딸로 키워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립시킨다. 이처럼 사랑은 사람을 크게 변화시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란 톨스토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날개가 꺾여 땅으로 내려온 천사 미하엘에게 세 가지 물음에 답을 알아오게 한다. 천사는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나" 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질문의 답이 사랑이란 걸 세몬 부부와 엄마를 잃은 쌍둥이 딸을 입양해 키우는 한 여인을 통해 알게 되며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이처럼 사랑은 때론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한다.
세상에 베푼 긍휼과 온정의 사랑, 자식에게 거저 사랑과 희생을 다하는 부모님의 헌신적 사랑,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콩깎지가 씌인 연인의 사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사랑이다. 주변 뿐 아니라 세상을 향한 사랑으로 확대되어 기부와 봉사로 이어지는 사랑도 많다. 독거 노인, 장애인,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이들이다. 이처럼 사랑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사랑 받는 자는 나누고 베풀 줄 안다. 받기만 하고 주는 데 인색한 사람은 지금은 편히 살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사람들이 떠날 수 있다. 물질로 나누는 것이 아닌 먼저는 관심을 갖고 마음을 나눠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
사랑하며 살 이유는 충분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사랑이 주는 행복은 물질이 주는 행복과 다른 감동이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나누는 조그만 사랑에도 큰 위안과 행복을 준다.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유독 더 짧게 느껴지는 이 가을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먼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