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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Oct 28. 2024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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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쯤 뉴스 제보로 소개된 갈비 사자 소식은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푸른 초원에서 땅을 밟고 살아야 할 동물의 왕인 숫사자가 좁은 실내 공간에 갇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 숨을 헐떡거리는 영상이었다.


안타까운 그 모습에 갈비 사자라고 불렀고, 제보를 본 청주 동물원에서 즉각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지방 동물원의 허락을 받고, 갈비 사자 이송을 결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많은 관심이 쏠렸다.


청주 동물원은 일반 관광과 이윤 창출 목적의 동물원이 아닌 다치거나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해 자연 방사를 목적으로 하는 자연 친화적 동물원이다. 동물들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수의사와 사육자들의 헌신과 돌봄으로 많은 동물들이 자연에서 사는 것처럼 보호받는 곳이다.


좁은 우리에서 거친 숨을 쉬며 철장을 마구 긁어대는 이상 행동을 보인 갈비 사자를 본 청주 동물원측은 이송이 결정되자 조심스럽게 절차를 마쳤다. 이후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연에 방사하기까지 다양한 훈련을 시켰다.


갈비 사자의 이름도 건강하길 바란다는 국민들의 바람을 담아 '바람이' 로 지어져 인기몰이를 하고, 청주 동물원을 방문하는 방문객들도 급증했다.


바람이는 먹이를 많이 먹은 덕분에 한 달 사이에 4kg이나 살이 올라 건강을 되찾고 지저분하던 갈기도 멋지고 윤기나는 숫사자의 위엄을 되찾았다. 20살이 된 고령의 나이에도 뒷다리를 약간 저는 것 외에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갇혀 산 7년의 세월을 보상받게 해준 청주 동물원은 확실히 차별적인 행보를 보였다.


청주 동물원의 입장료는 천 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입장료를 인상하거나 후원하고 싶다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 데도 상업적이나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일축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닌 생명으로 존중하고 돌보는 본보기가 되는 동물원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야생동물 보존센터도 지어 멸종 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교육적인 기능까지 담당할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지자체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도 계속 되길 바란다.  

<유키즈> 프로에서는 발 빠르게 청주 동물원 사육사님을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마인드가 남다르고, 동물들의 생명을 존중하며 돌보는 분이란 걸 느꼈다.


넓은 자연에서 푸른 하늘을 보고 흙을 밟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지내니 이제야 편안히 보였다. 도도란 암사자와 짝을 이루어 함께 생활하게 됐을 때 처음 도도와 만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앙칼지고 사나운 도도에게서 도망다니라고 바쁜 바람이의 순둥순둥한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혼자 고립되어 괴롭고 힘든 날들을 보내다가 외롭지 않게 함께 지낼 암사자까지 만난 바람이의 행복이 느껴져서 매번 영상을 볼 때마다 미소짓게 했다.


더 반가운 소식은 이후로도 다른 동물원에 갇혀있던 백사자 부부가 이송되어 잘 적응하고 있고, 바람이가 나간 곳에 바람이의 딸인 7살 된 암사자가 지낸다는 소식에 청원이 빗발쳐 바람이의 딸까지 청주 동물원으로 이송되었다.


바람이의 딸은 적응도 빠르며 활발하고 적극적이여서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걸 아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암사자이다. 얼마 전 국민 공모로 일만 명이 참여한 결과 '구름이' 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람을 따라 구름이 왔고, 구름처럼 자유롭게 다니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이제 구름이는 바람이와 암사자 도도와 합사를 앞두고 있다. 구름이가 아빠인 바람이를 빨리 만나게 되기를 바라지만 도도가 있어 적응 과정이 쉽지 않아 보였다. 예민한 도도와 한 공간에서 어울리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적응과 훈련을 시키고 있는 청주 동물원은 충분히 그 과정을 성공시키리라 믿으며 무한 신뢰와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동물과 인간은 상생해야 한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의 생명이 더이상 희생 되어서는 안 된다. 말 못하는 동물은 표현을 못해도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인간들이 편의대로 행동하고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이기적인 처사들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번 기회로 인간과 동물이 더 조화롭게 상생하는 계기,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인식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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