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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Nov 20. 2024

잠적하고 싶은 날

[Prologue - 불안과의 첫 만남]

'아무도 날 찾지 않는 곳에서 하루 푹 쉬고 싶어.'


일상에 무방비로 지칠 때 습관처럼 했던 생각이다. 의도하지 않은 일들,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로 몸과 마음이 지친 내게는 쉼표가 간절했다. 


돌이켜보면 취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크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잠도 잘 자고 주어진 현재를 충분히 즐겼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잠재된 기질이 발현된 것일 수도 있지만 오늘의 나는 너무나도 예민하고 취약하다. 


나름 알록달록했던 내 인생도 점차 색채를 잃어가는 듯했다. 어느 순간 불쑥 내 곁을 찾아온 불안이라는 감정은 나를 집어삼켰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과 새로운 한 주를 앞둔 일요일마다 불안은 더 크게 나를 옥죄어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과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망가뜨린 건가. 내가 느끼는 불안의 대부분은 업무에서 온다. 일을 시작하며 경험한 몇 번의 실수와 가슴 철렁이는 순간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두려움이 되었다. 회사는 내가 일주일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불안이라는 감정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불안에 우선 압도되다 보니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조그만 일에도 쉽게 걱정을 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마치 내 안의 긍정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좀 휴식을 취하면 불안의 정도가 잦아들곤 해 직업을 바꾸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전히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상대적으로 불안을 더 잘 느끼는 기질이고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불안과 완전히 결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불안과 동거하며 이 감정이 날뛰지 않도록 잘 다스리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순간을 보내고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유사한 감정으로 고민스러운 밤을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번 브런치북 연재를 통해 비슷한 경험과 일상을 공유하며 우리 모두의 내일이 한결 편안해질 수 있는 마이야기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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