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 순간 외줄 위에 올라서있다. 잠시라도 발을 내딛는 걸 망설이거나 헛디뎌선 안된다. 실수했을 때가 두려워서, 혹은 계속 집중하고 나아가는 것에 지쳐서 멈추려고 해서도 안된다. 멈칫하거나 삐끗하는 순간 그나마 디디고 있는 외줄에서조차 떨어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 같다. 그렇더라도 죽지만 않는다면 다시 기어올라와 고작 지금 닿은 위치까진 올라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할 의지조차 모조리 사라져 버릴까 봐, 다시는 올라갈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더욱 지금의 순간에 악착같이 매달린다.
어차피 사람 일은 다 성공할 수만 없지 않은가. 때론 실패도 있고, 실패에서도 배움을 얻으며 성장하고 하는 것이 삶이라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지금의 나와 내가 가진 것들은 실패를 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돈이건 시간이건 단단하게 다져진 의지건 뭐라도 있으면 훨씬 여유롭고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나는 모든 선택의 리스크를 온몸으로 생생히 받아내며 나아가야만 하고, 실패와 성공이 가려지기 전부터 휩싸이는 두려움과 피로감은 깡그리 무시하며 계속해서, 쉬지 않고 채찍질을 해야 한다. 남들과 같은 정도로 노력해서는 내가 바라는 것엔 절대로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하물며 내가 나아가는 길부터가 '일반적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길이지 않은가. 다른 이들의 말대로 따르지 않고, 다른 이들의 행동을 따라 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순간부터 이 압박감과 외로움은 당연하게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투덜거리고 한탄할 명분도, 낯도 없다. 대신 가끔씩 깊은 밤에 술이나 홀짝이며 속으로 되새기거나 혼잣말 같은 글만 끄적일 뿐.
단 한 번도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기분을 매일 느끼다 보니 머릿속엔 의심할 것들과 타인에게 검열해서 보여주어야 할 것들만 가득하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거나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을 잊어간다. 아무리 상대방이 먼저 호의를 보여주고, 신뢰를 주려고 하여도 그런 모습에서도 껀덕지를 잡아내려 샅샅이 뒤지고, 호의 이면에는 또 무언가 흑심이 없는지 계속 의심한다. 누군가를 믿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번 기대면 계속해서 의지하고 싶어지고, 의지하다 보면 의존하고 싶어 질게 뻔하기에 모든 사람과 적당히 선을 그어놓고 혼자 버텨낸다. 의지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떠나버리거나 내가 그 사람에게 의심마저 가져버리면 너무 끔찍한 미래가 펼쳐질 테니까.
이렇게 겁은 많지만 또 욕심마저 많은 사람이 나라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내 팔자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