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도중, 동생이 뜬금없이 물어온 질문이었다. 그리곤 이렇게 사견을 덧붙였다.
"전 사랑은 일시적이라고 생각해요."
글쎄,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선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했다. 아주 오래전 나는 운명론자였고 빨간 실 같은 인연을 믿었다. 그 인연을 마주하게 되면 비로소 영속적인 사랑이 생성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흔히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호르몬은 동생이 말했던 것처럼 유통기한이 존재했다.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동안은 내가 주체적인 사랑을 한다고 주장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예속되어 있는 상태며, 그로 인해 자행되는 모든 행위는 자동적이고 동시에 수동적이다. 깨닫고 나서부터는 우스웠다. 그렇게 아름답고 고결하며, 숭고하다고 칭하는 사랑이 고작 호르몬의 지휘 아래 수동적으로 행해진다는 게 말이다.
하지만 사랑의 속성은 쾌락이 아닌 희생이다. 곰돌이 푸에 나오는 명대사 중 "사랑해서 함께하는 게 아니야, 더 사랑하려고 함께 하는 거야"라는 게 있다. 언뜻 기묘하게 들릴 수 있고 직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말이다. 조금 풀어 이야기하자면 '일시적인 감정만으로 영원을 말하는 게 아니야, 난 너를 위해, 이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거야.' 즉, 현재의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감정에 배팅하지 않고 호르몬의 구속이 끝난 후에도 이 사람을, 이 사랑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 이것이 나의 해석이었다.
만약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사랑만을 '사랑'이라고 칭한다면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의 사람을 시작으로 지금은 이 사람에게 사랑을 말하고, 미래엔 또 다른 사람에게 엇비슷한 사랑의 말을 전하는 행태에 과연 부여할 만한 의미가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