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진열대에서 멈춘 손
오후 잠시 민원인이 발길이 뜸해졌을 때, 동료 직원에게 택배가 왔다. 들은즉 이번 어버이날에 드릴 선물이라고 한다. 제대로 왔는지 상자를 열고 확인하는데 주위 동료들이 한마디씩 한다. “부모님이 참 좋아하실 거예요.”, “부모님께서 뿌듯하게 여길 거예요.” 등등.
이러다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5월달은 ‘가정의 달’이라 이모저모 힘들긴 해도 자기 형편에 맞게 정성스레 준비하고 있다는 동료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갑자기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흔한 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10달을 배 아파 조심조심하다가 세상에 빛을 보여준 어머니. 하지만 난 늘 철없는 아들이었고, 미욱한 자식이었으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못난 녀석이었다.
집 근처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그곳을 지나가노라면 가끔 어르신끼리 말다툼이 일어나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식 자랑 배틀’인데, 서로 자기 자식이 이번에 뭐 선물했네, 어디 여행 보내 줬네, 용돈 얼마 줬네, 얼마나 연락 자주 하네 등등 이런 것들이다. 속으로 참 ‘아이 같으셔.’ 빙그레 웃었지만, 그 자리에 어머니가 계셨다면 다른 어르신께 어떤 자랑을 하셨을까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앞서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 가는데, 과자코너를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과자 브랜드들, ‘빠다코코넛’, ‘양갱’, 달디단 ‘초코 카라멜’, ‘샤브레’ 등이 내 두눈에 보이는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머니께서 평소 즐겨하시던 그 과자들을 나는 이젠 담을 필요가 없다. 왜냐고? 이젠 안 계시니까. 그 과자들을 손으로 만지자니 예전에 맛있게 드시던 당신의 모습이 생각나서 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난 못난 자식이었다.
박인로(1561-1642) 시인이 친구 이덕형 집에 놀러가서 감을 대접받았는데 그때 부모님이 생각나서 지은 시라고 한다. 그분도 내 마음 같았을까?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이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민들레. 노오란 그 꽃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또 간절하다.
몰랐는데 노란 민들레 꽃말이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저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사랑합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