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벌써 동장군이 성큼 몰려오고 있다. 지구 세상이 하 수상하니 또 놀랠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기후 예측이 어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벌써 '든든한 겨울나기' 상품 홍보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전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와는 먼 거리에서 진행중이지만 작금의 세상은 모두 그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바로 식량과 연료의 공급이 세상 도처에서 차질을 받고 있다. 파이프 라인으로 직접 난방연료를 공급받던 유럽은 벌써 끔찍한 겨울나기가 될까 안절부절이다. 그래서 추위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기에는 곧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껏 진행이 되고 있다. 둘은 한 나라였다가 갈라선 나라이다. 한때 키에프에서는 우유가 넘쳐서 버리고 모스크바에서는 물자 부족으로 우유값이 폭등할 때도 있었다. 러시아 통일국가가 형성되기 전에는 우크라이나 공국은 더 큰 세력을 유지하였다.
현대전은 대칭과 비대칭 군사력이 모두 동원될 수도 있는 총력전이다. 재래식 무기도 동원되고 상황국면에 따라 핵무기도 동원될지 모른다는 언론보도가 슬슬 나와서 우리를 긴장되게 만든다. 이 전쟁의 결말이 어찌 될지 우려가 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하여 전쟁국면을 종식시키는 것이리라.
러시아와 관계되는 과거 전쟁의 역사가 떠오른다. 러시아와 타국과의 전쟁에서는 겨울의 냉혹한 기후조건이 군사력보다도 큰 전쟁승패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나폴레옹은 단기간에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실속 없는 승리였다. 진짜 전쟁은 그 다음에 왔다. 바로 겨울나기 전쟁이었다. 온화한 기후조건에서 성장한 프랑스 병사들이 북방의 살을 에는 혹독한 날씨를 이겨내지 못했다. 러시아로부터 패배를 당한 것이 아니라 혹한으로부터 패배이다. 스스로 군사와 장비를 모두 잃고 패주한 것이다. 그 여파로 나폴레옹은 유럽내에서 지위도 덩달아 위협을 받았고 패망을 재촉한 촉매제가 되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겨울 전쟁 이야기 한 토막을 덧붙인다. 2차대전 때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3개월 만에 모스크바 인근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최강 기갑부대를 앞세운 독일군 전격작적(blitzkrieg) 앞에 러시아군은 추풍낙엽 같이 무력했다. 멀리서 모스크바가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그런데 겨울이 닥아왔다. 당시 추위는 40년만에 처음 겪는 혹한이었다. 이때부터 독일의 진격은 점차 늘어졌다. 독일군이 추위를 잘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혹한에 기계가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총기류, 대포, 탱크가 혹한에 작동되지 않았고 툭하면 얼어붙었다. 군인들의 총기 발사가 제대로 안되는 것은 최고의 문제였다. 당황한 독일군과 달리 소련군의 무기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맹렬히 발사되었다. 얼어붙은 날씨에도 아무 문제없는 소련의 소총은 모신-나강 이다. 독일군이 우습게 알았던 이 총기는 한세기 전에 만들어진 구식 총기였다. 소련군은 혹한 환경에 적합한 총기로 무장된 것이다. 환경을 거스르는 명장은 없다.
러시아의 겨울은 자체로서 제국의 자연 보호 장벽이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패망에 이르는 길로 가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혹한전쟁에 대해 사전 참고사례가 없었지만 히틀러는 나폴레옹의 사례를 참조했으나 똑같이 전쟁에서 패전했다.
러시아의 겨울을 이긴 몽골
혹한을 이겨낸 전쟁 성공사례는 있다. 칭기즈칸의 몽골군이다. 그는 러시아의 혹한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러시아를 침공했고 성공했다. 이후 그 여파를 타고 러시아를 200년간 지배했었다. 한때 세계 최강의 군대라고 자부했던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의 동장군을 이겨내지 못했는데 몽골군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오직 몽골만 대러시아 전쟁에서 성공했다.
칭기스칸과 함께 고락을 같이한 명장 수부데이 장군은 오히려 침공시기를 겨울로 잡았다. 러시아와 견줄 만한 혹독한 기후조건 속에서 성장한 몽골인들에게는 겨울 전쟁은 아무런 장해가 되지 못했다. 최악의 혹한조건에 익숙한 몽골인들에게 러시아 원정은 평이한 전투조건에서 싸우는 것이었다. 군사들은 가죽모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몽골의 말들도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혹한 조건에서 커온 몽골 말들은 사람처럼 겨울을 이겨냈다. 가히 환상의 조합을 가진 그들(말+병사)을 당해낼 자가 없었다. 실제로 몽골군대가 혹한을 못 이겨 곧 철수할 것을 예상한 러시아는 더 당황해졌다. 오히려 겨울을 잘 이용한 전술인데 러시아의 얼어붙은 많은 강과 호수는 장비 이동과 도강작전에 휠씬 좋은 조건을 제공했다.
고대 빙하기가 도래했을 때 종의 대멸종 시대가 왔다. 인간보다 휠씬 강한 종들도 여기에는 속수무책이다. 인간은 그 중에서도 악조건을 극복하여 현생 시대까지 이르게 되었다. 자연을 이기는 자는 없다. 순종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다. 전쟁을 벌리고 상호 핵을 쓰고 한다면 새로운 빙하기를 촉발하는 환경이 된다. 내 이야기가 아닌 저명한 기후학자들의 가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세계 지도자들은 잘난 사람들인데 보통 사람들보다 때로는 더 바보스럽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