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에 넣고 갔어

풍경 속에 함께

by 박경이


아고 깜짝, 이게 뭣?

참나물 잎새 아래

쬐그만 초록 개구리랑 눈이 딱 마주쳤다

초록 연두 틈새로 작은 얼굴, 커다란 눈에 앞발

저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2초 3초, 참 길었다

서로 눈부처가 되었다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사랑스럽네

가슴이 벌렁벌렁, 저 저 작은 짐승 가버리네

획 돌더니 폴짝폴짝 뛰어가 버렸어

제 몸을 내 눈동자에 넣고 갔어

초록, 초록 눈동자 되려나 봐

간 줄 알았더니 있네, 남아 있어

깊어진 내 눈, 심장은 통통

온전한 한 때

풍경 속에 함께


볼일 보러 나갔다가 상점 주차장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다. 정차 중이던 내 앞차가 슬슬 뒤로 움직이기에 설마 하며 뻔히 보고 있다가 콰당! 깜짝 놀라 경적을 울렸건만 늦었다. 이 무슨! 아아, 눈부신 햇살 때문일 거다. 눈감기는 태양, 끈적거리는 햇빛 때문이다. 급히 내려 사과하는 아저씨, 뒷목이 지끈한데 전화번호나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돌팔인 걸, 수지침이 있잖아. 차야 고치면 되지. 때와 장소를 바꿔가며 누구나 겪는 일, 이만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주머니까지 내려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니 전화번호만 받아도 되나, 아주 잠깐 의심했던 마음이 부끄러웠다. 착하고 어진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집에 오는 길, 아저씨의 순한 눈과 몹시 낡았던 차가 자꾸 걸린다. 다소 폭력적으로 풀어야 할 분노나 고통이 그에게 있었을지 모른다. 정직하고 선량하나 힘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몸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어쩌면 나 역시 그 만큼의 긴장해소 또는 새로운 긴장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청개구리 정도로 충분치 않았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식으로 만나 버석거리는 작은 관심을 주고받기도 하니까 말이다. 피해주는 듯한 갖은 방법으로 은연중 서로를 돕고 있음도 역시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그러니 그것조차 인연이라 하는 게 아니랴. 그렇게 서로를 눈동자에 넣는 일이 삶이며 그런 삶을 만드는 게 사람일 터이다. 순한 눈빛과 함께 자신들을 내 안에 담아 놓은 그 두 사람 건강하시기를. 그 정도 부딪친 것으로 심리적 긴장 에너지가 해소되었기를, 부디 털어내고 빛나는 하루가 되기를, 내일은 좀더 환한 미소 품을 수 있기를...


소파에 기대앉자 피로 뭉치가 투두둑 떨어진다.

설핏 잠을 맞이하는구나 싶은데 고흐의 <낮잠>이 생각난다.

잠을 떨치고 벌떡 일어나 화집을 찾았다.

밀레를 존경한 고호의 모사 작품이니 화집 두 권을 나란히 편다.


추수한 짚단에 기대 잠든 부부

고된 노동으로 숨 쉬는 짧아도 긴 잠, 평화가 괸다.

세상의 모든 잠이 불려와 안식을 자아낸다.

밀레의 깊은 잠 위로 고호의 달콤한 잠이 겹친다.

주변을 흐르고 날아 스미는 빛들.

참 잘 익은 잠, 잘 여문 낮잠.

부디 그 부부도 노란 색 안에서 편히 쉬기를.


밀 낟가리 뒤편에 나도 눕는다.

나를 보는 맑고 순한 눈동자들을 닫는다.

나도 닫힌다, 닫히자 더 열린다.

삶-풍경 속에 우리 함께.










◀ <낮잠> 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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