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 않아도 성과를 내는 방법
가끔 옆자리 동료직원을 힐끗 바라본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쉴 새 없이 마우스를 클릭한다. 뭔가 아주 중요하고 긴박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월급에 비해 업무가 과중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나는 업무 시간에 보통 멍 때리는 시간이 많다. 키보드에서 손을 놓은 채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하 ~~ 지난주에 이미 만든 보고 서 인데, 비슷한 걸 왜 또 만들라는 걸까?”
5분 정도 그렇게 멍 때리다 보면, 알게 된다.
“아! 요즘 SK 텔레콤 사고 났었지! 그것 때문에 한번 더 검토하려는 거구나..”
그제야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엑셀시트에 넣고 다른 정보와 결합해서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간단히 만든다.
나의 이런 업무방식은 동료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는다. 일을 많이 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는 직장선배들로부터 업무시간에 일을 해야지 그렇게 잠을 잘 거 면 월급은 왜 받아 가냐는 핀잔도 들었다.
생각하는 것도 업무의 연속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일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때는 키보드에 손을 얹어 놓은 채 생각하는 꼼 수를 부렸다. 하지만 동료들은 매의 눈으로 알아챘다. 내가 멈춰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다. 바쁘게 돌아다니고, 전화를 하고,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면 생산성이 높고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일의 양으로 보면 그렇게 하는 노력들이 엄청난 양의 결과물을 쏟아 낸다. 평가자가 보기에 그 사람을 평가하기 편하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관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숫자는 평가의 기초 값인 것이다. 직장인들은 이 숫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신없이 달린다. 무엇이든 만들어 내고, 지시받고 지시한다.
그래서 직장인들의 출근과 퇴근 모습은 언제나 지쳐 있다. 또 오늘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움 속에 출근한다. 끝나지 않는 업무와 알 수 없는 지시사항을 내일로 미룬 채 찜찜하게 퇴근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쌓여가는 업무에 에너지가 고갈된다.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위안하지만, 사실 반복된 일상일 뿐, 왜 일하는 지조차 가끔 까먹는다. 어쨌든 바쁘고 힘든 직장 생활인 것이다. 이들의 눈에 , 멍 때리고 있는 내 모습은 용서가 안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달려도 쌓여 있는 업무에 질식되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에버랜드 롤러코스트를 탄 적이 있다. 회전목마조차 경험이 없는 나에게 360도 회전 롤러코스트는 무리였다. 기차가 뒤집어질 듯한 경사면을 한 칸 한 칸 올 올라가 있을 때 이미 나는 실신 직전이었다. 몸이 공중에 떠 있는 채로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바닥에 처박히는 느낌은 지금도 머리가 쭈뼛해진다.
3분밖에 되지 않는 탑승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기나긴 극한의 두려운 시간이었다. 롤러코스터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했다. 내가 롤러코스터를 운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롤러코스터가 나를 태우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롤러코스터를 운전하는 운전수라 생각했다. 그냥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두려움이 사라졌다. 눈을 뜰 수 있었다. 다가오는 레일이 좌측좌측 휘어진 것을 알았다. 그리고 급강하한다는 것도 미리 알 수 있었다. 비로소 나는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업무에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왜 이 일을 하고, 내가 만든 보고서가 어디에 쓰일지 알게 된다면 두렵거나 지치지 않게 된다. 에버랜드 익스프레스 롤러코스트보다 더 가혹한 업무 책상에 앉아서 나는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먼산을 보는 것이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앞이 보일 때까지 한 발짝도 , 한 글자도 타이핑하지 않는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면 내가 운전하는 롤러코스터를 출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