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남편에게 넘어야 할 산과 같은 나름 큰 행사가 있었다. 처음부터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 남편 옆에서 특별히 그렇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 나 또한 몸이
긴장상태가 되어 있었나 보다.
어려웠지만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음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면서 노곤 노곤해지기도 했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니 저녁 7시까지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컨디션이 너무 떨어진 남편을 보며
다시 마음이 긴장 상태로 변했다.
그 마음의 상태는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 된 남편을 보며 서서히 풀어져갔다.
그렇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일요일 아침 정신은 깼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하나도 없고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래도 월요일이 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요일보다 더 최악이었고 몇 달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운동 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침 이날은 엄마가 반차를 쓰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축 처쳐 누워있다가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고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니 몸이 바로 일으켜지는 것이다.
그때부터 정신 차려서 부지런히 움직여 아이들과 남편, 점심밥을 다 차려주고 편한 마음으로 카페로 갔다.
오랜만? 에 만났지만 엄마와의 만남은 늘 그렇다. 어제 만난 그런 느낌적인 느낌-
엄마와 나는 늘 가던 카페에서 만나 ‘덥다, 덥다’ 외치며
그동안의 있었던 업데이트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자연스레 동네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가면 엄마의 진두지휘 하에 장보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날이 더워 배달시키지 않고 물건들을 담은 봉지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던 엄마는 말없이 몇 개의 물건을 빼낸 뒤 본인이 들고 앞장서 걸어간다.
괜찮다고 넣으라는 나의 말에도 묵묵히 짐을 들고 가는 엄마를 보며 부모의 마음은 그런 거구나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고 뚝딱뚝딱 엄마의 반찬 만들기는 시작되었다.
그 사이 나는 두어 번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고 또다시 데리러 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계속해서 많은 반찬들을 만들고 있던 엄마를 보며 힘들고 귀찮을 텐데도 너무나도 열심히 만들어주니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다.
저녁은 고기와 냉면, 동네 고깃집에서 포장해 왔다.
보통의 평일은 집밥으로 아이들을 먹이지만 엄마가 오는
날만큼은 특별한 메뉴로 먹는 것이다.
매일 밥 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하루만이라도 쉬라는 뜻을
품고 맛있는 걸 사주시니 말이다.
나만큼? 나보다 더 할머니가 오면 세상 반가워하는 아이들
그것도 그럴 것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매일 만나던 할머니였는데 이젠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보니 말이다.
엄마와 둘이 있는 것도 좋지만 이젠 뭔가 애들이 함께 있어야 진정으로 모두가 다 모였다는 느낌이 참 기분 좋음으로 다가온다.
반차로 짧게 일하고 퇴근해 쉬는 엄마는 우리 집에 와서 우리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진짜 제대로 쉬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무슨 쉬는 거냐며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집에 가서 푹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엄마는 나와 함께 있는 카페에서도 애들이 다 모인 집에서도 이런 게 행복이라고 했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엄마에게 감사하며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가고 있음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