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나는 그렇게 친구들과 몰려다녔다.
다행히도 마음에 맞는 몇몇의 친구들이 있었고 덕분에 크게 엇나가지 않고 선을 지키며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 들을 중1 때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 친해졌고 2학년
3학년때는 다른 반이 되었지만 그것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우리는 늘 학교에서도 학교가 끝나서도 함께했다.
학창 시절, 돈이 많이 없으니 친구네 집들을 돌아가며 다녔었고 그날은 우리 집이었던 날이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아무도 없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었기에 나는 신나서 친구들을 데리고 갔다.
그동안 친구네 집에서 많이 얻어먹었기에 우리 집에서도
나름 대접하고 싶었는데 원래 그렇듯 우리 집 냉장고 안에는 딱히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그때 마침 베란다에 있는 귤 한 상자가 눈에 띄었고 친구들과 함께 하나 두 개 까서 먹다 보니 거의 다 먹게 된 것이다.
친구들이 나까지 합치면 6명 정도 됐으니 가능했던 일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친구들과 우리 집에서 배 좀 채우고 다
같이 나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안의 공기가 싸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엄마도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확실한 건 새아빠한테 엄청나게 혼났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데리고 온 것도 못마땅해했으며 다 같이 와서 귤을 다 비워냈다고 다 먹으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서러웠지만 그땐 그냥 죄송하다고 반성하는 모습으로 조용히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잘못한 척했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그 후로는
더럽고 치사해서 친구들을 집에 잘 데려가지 않았다.
어차피 가도 먹을 것도 없었으니-
그때 서러움이 아직까지도 마음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고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거 같다.
그때 그 기억이, 감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무조건 모자라지 않아야 하고 넘쳐야 한다.
생필품도 그렇지만 내가 더욱 심하게 집착하는 건 식품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곳은 코스트코다. 대용량이므로-
아이들이 주로 먹는 낱개로 된 우유도 몇 박스씩 사서 채워놓고 쟁여놔야 마음이 편하고 냉장고를 열었을 때 텅텅 비어져 있는 상황엔 기분이 안 좋아지며 나 스스로가 불쌍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나는 많이 먹지 않아도 항상 냉장고는 꽉꽉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장을 자주 봐야 한다.
매일 저녁 쿠팡으로 마켓컬리로 식품 주문하는 건 기본이고
이틀에 한번, 요즘 같은 아이들의 방학일 때는 마트를 매일
들러 장을 보고 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다고 마음을 표현하고 표정을 짓던 남편도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의 생활 패턴을 받아들여줬다.
매일 마트에서 띠링, 하고 카드 결제 알림이 뜨면 뭐지? 싶을 텐데 단 한 번도 싫은 소리 한 적 없는 이해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아마? 아니 당연히 남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고 가정의 화목이 유지된다는 것을 말이다.
가끔 친정 엄마가 집에 오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 뭐가 너무 많아”
그때 그 시절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냉장고에 먹을게 하나도 없었던 상황들을-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뭐가 없었지만 어쨌든 굶지 않고 밥 세끼는 다 잘 먹게 해 줬고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다섯 명 목구멍에 풀칠해야 하는 상황이라
뭔가를 가득 채워둘 엄두도, 여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머리로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지만 그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 게도까지 느끼게 하고 싶진 않다.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넉넉하게 무언가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을 갖추고 살아가고 싶고, 그럴 수 있게 해주고 싶으며 친구를 데리고 와 뭔가를 홀랑 다 먹어버렸다 해도 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는 넉넉한 마음의 부모가 되고 싶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 집 냉장고 속은 한가득 채워져 있다.
물론, 이렇게 채워져 있어도 먹을 게 없네라고 생각이 들지만
냉장고 상황에 따라 나의 마음 상황도 함께 하기에 나는 앞으로도 꽉꽉 냉장고를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