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사서 하는 나를 알아가는 중

by 은조

살다 보니 더욱 느끼는 건 나는 정말 계획적이지 못하고 중흥적인 요소를 많이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름 정해진 규칙에 있어서는 쉽게 틀을 깨지 못하기에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나를 더 알아가고 있어 좋지만

나는 정말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요즘 같은 무더위 내가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낮에 아이들을 학원 보내고 가는 곳. 바로 동네에서 큰 마트.

면허는 있지만 운전은 못하기에 항상 걸어 다니는데 그 찜통 속에서 매번 걸어 땀을 비 오듯 쏟을 때마다 생각한다

- 전날 인터넷으로 장 볼걸


하루는 계획적으로 살아야 내가 덜 힘들 걸 알기에 일주일

식단을 쭉 짜놨다. 그렇게 필요한 재료들을 정리하며 구매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는 것이다. 이상하다 참


그러면서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닌 거라고-


오늘 낮에도 갑자기 아이들에게 스파게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과 안주 겸 김치찌개를 끓여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은 것이다. 완전 즉흥적으로-


그러니 당연히 스파게티 소스며 들어갈 재료들이 없는 터라 또 마트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땀을 흘리며 마트에 도착해 필요한 재료들을 장바구니에 넣고 보니 배달을 해서 기다릴 수 없는 것들이 한가득.


두부, 고기, 새우, 이런 것들이니 이 더위에 밖에 오래 두면 상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를 함께 구매해 그 안에 넣고 이고 지고 오는데 와, 정말 다시 한번 나는 왜 이렇게 계획적이지 못할까.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땀이 눈물처럼 내렸고 무거운 봉지를 손가락으로 껴서 들고 오기엔 더 무거워 양쪽 손잡이를 묶어 껴안고 왔음에도

팔에서 계속 맺히는 땀이 비닐을 끌고 흘러내리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던 것이다.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나름 매일을 계획한다. 그걸 인정하기 전까진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계속해서 엇나가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고 되는 게 없다고까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비로소 인정이라는 것을 하고 나니 나 자신을 조금 더 알았다는 사실이 좋았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솔직히 부럽다.

여행도 일정도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실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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