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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의 순간들

by 은조

이렇게 별로 힘들지 않은 월요일은 참으로 오랜만?

일요일, 더 이상 맥주가 맛있지 않아서 더 이상 먹을 안주가

없어서 나름 이른 잠자리에 들었고 깨지 않고 푹 자서 그런 걸까? 설거지를 하는데 문득 월요일이지만 힘들지 않네? 하는 생각이 훅 들었다 사라졌다.


아침, 일어나서 평소와 같이 운동하러 나가려는데 전날 좋다고 먹어댄 주꾸미의 영향으로 배가 꾸륵꾸륵 조금씩 폭발하다 터져버린 것 한참 동안 뿜어내고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운동하러 갔지만 줄넘기를 한번 넘으면 넘을수록 배에서 뭔가 느낌을 주었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집으로 돌아가고자 나왔다.


걷고 걷는데 점점 다시 폭발하는 배 꾸륵이들-

와, 정말 뒤에 있는 아이들에게 얼른 오라고 이야기한 뒤 최대한 빠르게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었고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를 때는

정말 힘이 풀릴 것만 같았지만 정신 똑바로 붙잡고

다다닥 초스피드로 화장실에 도착, 살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괜찮냐고 묻던 아들,

혹시 계단으로 올라왔냐고 묻던 아들,

그 물음에 지난주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아이들과 세상 급하게

아파트 입구까지 들어왔는데 바로 눈앞에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 멈출지 모르고 13-14-15 올라가는데 가만히 서서 있지 버티고 있지 못하겠는 것이다


정말 바로 폭발할 것만 같은 배를 잡고 계단으로 한 칸 한 칸

올라가던 참에 밑에서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탄 소리가 들렸고 부랴부랴 3층에서 잡고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정말 1분 1초가 급박하던 그 상황이었다.


진이 빠졌지만 운동을 못하고 왔기에 계단을 타고자 나왔다.

정말 운동하기 싫었지만 양심상 주말에 너무 먹어댔기에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한 칸 한 칸 올라갔고 꼭대기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는데 오늘따라 층층마다 사람들이 타는 것이다.


한번 더 내려오는 길에도 또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러는

순간 심장이 확 쪼였고 아, 집으로 가야겠다고 느껴 바로 돌아왔다. 그 증상이 금방은 아니지만 씻고 하니 나아졌고

다행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그 순간 공황이 확 온 거 같다


요즘 안 온다 싶더니만 조금 부담스럽고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니 순간 올라왔나 보다 아니면 운동하기 너무 싫던 내 마음이 심장이 쫀 걸까?! 아, 조크다 조크


집안 정리가 조금 되고 난 뒤, 주말새 텅텅 비어진 냉장고를 채워야 하기에 장 볼 목록을 적어놓고 아이들도 티브이 보며 쉬는 시간 나도 책 보며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아이들은 학원으로 나는 마트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커피 한잔 사들고 쪽쪽 마시며 집으로 도착했고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끝나지도 않는 집안일과 저녁 준비를 마친 뒤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냥 보기에도 나 울었어요 얼굴이던 아들.


울었냐고 물으니 역시나 울었다고 말했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한 소리 들어 눈물이 흘렀다고 하는데 아, 마음이 안 좋았다. 당연히 앞으로 혼날일이 힘든 일이 더 많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의 힘듬은 보기 편하지는 않은 것


그렇지만 아들 앞에서는 티 낼 수 없었고 조금 더 강단 있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감당하도록 말해줄 뿐이었다.

그렇게 피아노 학원을 보내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요즘 여러 복잡함을 감당하며 힘들어하던 그러한 내 감정으로 인한 어지러움은 엄청난 사치라는 게 확인되었다.

자식일이 마음에 걸리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과 함께

지난날의 힘들었던 감정들이 떠오르는데...

나로 인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그저 아주 작을 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냥 부디 너희만이 평안하길

너희가 평안해야 우리가, 내가 평안할 수 있으니-

다른 감정들은 엄청난 사치였다는 것, 힘든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것 잊지 말자


왜 오늘의 월요일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보다가 그만두었다. 오늘만 행복한 것이 아닌 매일을 소중히 감사히 여기며 행복함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어? 근데 이번주 지나면 추석연휴구나.

어? 그다음 주 지나면 내 생일이구나

뭔가 매일을 행복으로 잘 감당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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