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참 별나다.
뭔가 원래 일상적인 패턴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맞이해야
할 때면 마음이 불편하다. 별일 아니더라도 말이다.
내일이면 저녁 약속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잠에서 여러 번 깨어나야 했다. 자는 거 같지 않게 눈치도 없이 머리는 계속해서 많은 상황들을 떠올려댔고.
그런 와중에 아이들의 시끌시끌한 소리로 몸을 일으켰으니 기분이 상쾌하진 않았다.
그렇게 일단 1차로 버럭하고 운동하러 갔는데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에 또 버럭, 집으로 돌아와서 화장실 물 내리지
않는다고 이런다고 저런다고 버럭-
아, 그렇게 하고 나면 정말이지 나 자신이 싫어지고 돌덩이가 내 마음을 짓누른듯한 버거움을 느끼면서도.. 그러면서도
그렇게 하고 매번 후회하고 힘들면서도 나란 인간은 정말 참
이상하고 별나다.
이렇게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는 몸을 먼저 깨어야 하기에 아이들과 아침 운동을 다녀온 후 혼자 또 아파트 계단 타기를 실시했다.
아직도 유난히도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이 뻘뻘 흘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온전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다잡고자 돼 내었다.
점심 일과를 보애며 뭔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상황 속 조금은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상한 일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나면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몰아서 하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도 충분히 된다는 것인데, 정말 나란 인간 참 별난 거 맞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저녁으로 카레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맥주가 없다는 게 떠올라 마트로 향했다.
가서 장을 보고 여느 때처럼 커피를 들고 남편의 일터인 체육관으로 갔다.
심각한 길치인 나는 내일 저녁 친구들과 만나는 하는 장소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은근 걱정이었던 터에 조금 여유 있어 보이는 남편에게 물었고 같이 찾아보며 알려주었다.
아예 모르는 길은 아니기에 갈 수는 있을 거 같지만 정말 지도 보고도 길을 찾지 못하는 심각한 길치로써 솔직히 불안하긴 불안하다. 택시를 타야 하나? 막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잠시 다녀올 동안 아이들이 집에서 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일은 피아노 학원을 가지 말고
영어와 수학 학원만 끝나고 바로 오라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던 아이들. 언제 이렇게 큰 것일까
피아노까지 다녀오면 저녁 차려주고 집 정리하기의 시간이 맞지 않아서 때문에 쉬라고 한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 밥 다 먹고 후식까지 다 먹고 차분히 정리하고 편안히 정돈된 모습을 보고 나가야 편하니 말이다.
나에게도 애들에게도-
학원 간 아이들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건조기 돌리고 나간 게 끝나서 빨래 개키고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하는데 똑똑, 마트에서 주문한 것들이 배달 온 것이다
아이들이 오기 전 얼른 저녁으로 카레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문을 열고 카레 재료가 담긴 봉지를 들어 먼저 집 안에 넣어놓고 맥주 12개가 들은 박스는 무거우니 힘들 잔뜩 주어 번쩍 들었는데 그 순간 윽- 소리를 내며 박스를 놓치고 말았다.
으으윽하며 자연스레 내 시선이 향한 곳은 왼쪽 엄지발가락.
맥주 박스에 발톱이 걸려 같이 들린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고통에 이어 상황이 짜증 났다. 스스로에게
전혀 발톱이 걸려도 문제가 없는 그런 상태이니 말이다
한 달 된 페디큐어로 발톱이 길어질 대로 길어진 그 상태
다시 페디큐어를 받거나 잘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하기엔 애매하고 내일 저녁 약속만 다녀오면 망가져도 되니
내일 자르자고 스스로와 타협해 그냥 두었던 것이었다.
나 자신이 바보 같으면서도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몸을 고생시키는 거 같아서 말이다.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나 자신보다 겉의 보여주기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아직은 더운 날씨로 내일 샌들을 신고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럼 발톱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 그러니 발톱 모양을 지키고자 버텨야 한다고 했던 생각들 인정한다
고통을 심하게 겪고 나서야 더 중요한 것들이 보였다.
이런들 저런들 그냥 나는 난데-
뭘 그렇게 예뻐 보이겠다고 잘나 보이고 잘 보이고 싶다고
스스로를 속이고자 하면서 외면까지 했는가 말이다. 어휴
매운맛의 고통을 느끼고 나서 바로 발톱깎이를 들고 거침없이 발톱들을 잘라냈다. 두껍고 또각또각 잘려나가던 발톱들 그제야 시원해졌다.
발톱도 내 마음도 말이다.
이상한 억압의 나라에서 해방된듯한 세상 시원함-
여전히 아리아리한 발톱의 통증을 느끼며 잊지 말도록 다짐해 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며 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