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석 연휴 시작

by 은조

자도 자도 너무나 푹 자고 일어난 아침.

무슨 일로 조용하나 싶었는데 역시나 핸드폰을 하고 있던

아이들 어쨌든 그 덕분에? 나름 개운하게 시작했다.


같은 한 배에서 태어났지만 식성이 달라도 많이 다른 아이 둘

아들은 전날 만들어 놓은 유부초밥을 먹겠다고 했고 딸아이는 전전날 만들어 소분해 둔 카레를 먹겠다고 했다


그렇게 늦은 아침을 먹고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비가 내리고 있어 내가 더 귀찮아 운동하러 나가자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방학숙제 점검을 하고 해 놓으라고 말하며 나는 집을 나섰다


남편 체육관 문을 열어야 했기에 말이다.

이런 비가 내리는 날씨엔 우산을 써야 하고 거기다 애들까지 같이 가면 시간이 오래 걸려 그런 부분이 내가 더 귀찮다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는 게 귀찮다는 게 아니라


운동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문만 홀랑 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계단 타기 하고자 마음은 먹었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깨어있는 것!


이때다 싶어? 점심을 먹을 것이냐 묻자 불행인지 다행인지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 더 이상 핑계를 대고 있을 수 없으니 다시 몸을

돌려 계단 타기를 시작-


비가 내려 나름 시원한? 날씨 속에서도 땀이 줄줄 흘렀고

5번만 오르락하고 싶었지만 한번 더 한 번 더를 외치며 몇 번 더 이어간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다 나 자신에게-

그렇게 먹어대니 운동도 하고자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집안일을 빨리 끝내고자 스스로를 닦달하지 않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차분히 시작했다. 내가 움직일수록 깔끔해지는 집안 모습. 역시 움직임은 배신하지 않는다


한결 편해진 몸과 마음으로 남편과 같이 쿠팡을 보며 드디어 추석 선물을 골라 주문했다

로켓와우 배송이 있으니 가능한 전날 주문, 이번엔 교회에

드려야 할 사람들이 많아 좀 지출이 컸는데 그럼에도 아무

말없이 당연한 듯 돈을 내던 남편의 모습, 마음에 들어


그렇게 오늘은 밖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메뉴는 당연히?

늘 한결같이 똑같은 메밀 막국수-

언제 먹어도 맛있다는 게 참 장점이다.

간단히 그리고 배불리 먹은 뒤 같이 커피타임을 가진 후

아이들의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요즘 더욱 느끼는 진실이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이상한 잡생각들이 많이 떠오르고 아이들이 있으면 버럭과 시끌시끌 이 함께하지만 그 공기마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해 뭐 하겠냐마는 내 분신, 내 존재보다 더 소중한 아이 둘.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


이제 내일, 금요일부터 본격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데

연휴가 명절이 기다려지고 좋아하는 스스로가 신기하다

한때는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는 게 너무 싫었고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외로움에 사무치는 날들이라-


정말 그렇게 싫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결혼 후에는 이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온전히 나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니-


사실 그때 외로움이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그땐 애써 아니라며 부정했고 내가 그 상황을 거부하는 거라 생각하며 버텼는데 역시 아니었다.

이렇게 명절이 기다려지고 좋은 거 보니 -


내일은 아침부터 설레고 들뜨며 일어날 것만 같다

일어나면 오늘 주문한 추석 물건들이 한가득 문 앞에 쌓여있겠고 일어나자마자 정리해야 하니 조금 귀찮을 거 같기도 하지만 언제나 누구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건 나까지 설레는 순간들-


근데 갑자기 걱정이 생겨났다.

현재도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새벽에도 비가 내리면 문 앞에 두고 가는 추석 선물들이 젖지 않을까?


keyword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3화청첩장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