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한동안 그렇게 졸라댔다
집에 친구를 데려오면 안 되냐부터 그럼 내가 친구네 집 가면 안 되냐까지 정말 계속해서 조여오던 압박
학원만 끝나면 어떤 형이랑 같이 오면 안 되냐고 하는데
이해도 시켜보고 달래도 보고 화도 내고 했지만 그 순간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결국 한 번은 와야 끝난다는 판단에 다다랐고 그렇게 한주의 시작 월요일, 미리 약속을 하고 집에 초대를 했다.
학원이 끝나고 같이 오는 길 전화가 왔다.
형이랑 같이 오는 길이라며 상당한 하이텐션의 목소리의
아들을 보며 초대하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자 했다.
일단 아침부터 괜히 이리저리 못하고 난리었다.
어제 했지만 뭔가 또 해야 할 거 같아 화장실 청소를 또 하고
쓸고 닦고 머리카락 돌돌이로 찍어대며-
최대한 깔끔하게 한다고 정리했고 아이들을 학원 보내고
마무리로 싹 정리하고 마트로 향했다.
저녁은 떡볶이와 순대 김밥을 먹는다기에 미리 배민에다
장바구니 속 가득 담아뒀고 학원 끝나자마자 먹으면 저녁이 너무 빠르기에 노는 타이밍에 먹을 과자와 음료수들을 사러 간 것이었다
장을 보고 후식으로 먹일 케이크까지 사들고 집에 도착
곧이어 아이들도 도착.
아들 친구가 집에 놀러 온 것은 처음이기에 나도 조금은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내색도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놀기 시작했다
과자를 먹으며 평일에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티브이까지 보며 시끌 시끌 노는 아이들.
조금 지나 한 탬포가 지난 뒤 저녁거리를 주문하고 치우고
세팅하니 한집 배달로 금방 온 음식들.
다 같이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다
한참 먹을대라 넉넉히 주문했고 그러니 모자라지 않고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저녁 먹기가 끝나고 후식으론 과일과 케이크를 내어준 뒤 나는 조용히 안방으로 빠져주었다.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 말이다.
내가 옆에 없어줘야 더욱 신나게 놀 수 있을 거란 걸-
해줄 거 다 해줘서 그런지 급 피곤함이 밀려 올라오고
둘이 하는 게임이 언제 끝날런지..?
곧 끝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가득일 뿐이고?
정말 한동안은 다시 초대하는 일은 없을 것을듯하다
불편하지만 내가 감당하는 이유는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저녁을 먹으며 형 그거 알아? 우리 집에 누구 초대한 거 형이 처음이야 라고 말하며 엄청나게 수줍게 고백하던 그 모습이
그래 네가 좋다면 난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없을 테지만 -
6시 30에 가겠다는 놀러 온 형이 재밌으니 7시에 가도 된다고 하는 소리에 방에 있다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아니라고 가야 한다고-
날이 이제 어두워지고 위험해서 안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주 아닌 말도 아니었지만 내가 쉬고 싶은 마음이 큰 게 사실
그래도 다행인 건 친구의 부모님도 이제 출발하라는 연락을 보내오셨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긴 갔고 놀러 온 형을 아파트 정문까지
데려다주고 온 아들이 현관문을 열며 말한다.
이제 좀 쉬고 싶다.
그렇지?! 너도 좋았지만 힘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