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하고 며칠 안되고 나서 딱! 알게 된 것이 있다.
음! 내가 딱 원하던 것들이 여기 다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정말 사람은 늘 꿈꾸고 바라는 것들을 품고 사는 게 맞는 거구나? 그런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구나? 싶었다.
개인 병원을 다니면서 가장 압박이 든 것이 열쇠였다.
그냥 열쇠도 아닌 쎄콤이 연결된 카드와 문을 여는 열쇠.
늘 아침마다 꼭 챙겨야 한다는 생각과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
전날, 원래 메고 다니던 가방이 아닌, 다른 가방으로 바꾸려 하면 그 속에 열쇠를 챙겼나 몇 번이나 확인 또 확인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원래 내 성격이 자체가 불안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열쇠라는 도구는 두고 다니기 쉬운 것이 아닌가?!
그래서 늘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품고 있던 소망, 다음 직장은 부디 열쇠가 아닌 도어록이면 좋겠다, 좋겠다 그렇게 바라고 바랬건만 정말 새로 옮김 이곳은 누가 문을 여는지도 모르게 항상 출근하면 문이 열려있을뿐더러 지문으로 출, 퇴근 지문만 찍으면 되는 편리함에 소원 성취를 이뤘다는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던 찰나-
또 하나 꿈꿨던 바람, 점심값 아끼기!
돈을 벌면 뭐 하는가? 점심 식대로 홀라당 다 나가버리는 걸
그렇다고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궁색 맞게 아끼기는 싫은..
그 이중적인 마음으로 먹고 싶은 거 먹으며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통장엔 남아나는 잔액이 없어지는 걸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 자체에서 점심을 주는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정말 생각만 했었는데... 새로 옮긴 이곳은 직원
식당이 있는 것이다. 거기다 집밥 같은 퀄리티에 맛도 좋고!
주부가 되면서 남이 해준 밥은 언제나 맛있고 언제나 환영이긴 하지만 이곳 여사님이 해주시는 점심은 보통 솜씨가 아니시다. 처음에 오래된 직원 선생님들이 말하시길, 오래 다니다 보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 하셨지만 그냥 하는 소리려니 하고 크게 공감은 하지 못하며 점심을 먹어댔는데....
그렇게 이곳에서 2주 정도 점심을 먹었나? 어느 날 여사님의 휴가로 점심이 업체 도시락으로 대체되어 이틀 정도 먹게 되었는데 웃기게도 여사님의 음식이 그리운 것이다. 얼마나 먹었다고-
심지어 그 도시락은 내가 전 직장에서 비싼 돈을 주고 맛있다고 먹어댔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아니 내가 이렇게 간사해지고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구나 싶어 어이없기도 웃기기도 슬프기도 인정하기 싫기도 했던 순간이었지만 어쨌든 바라는 것들을 꿈꾸는 순간들에 한걸음 가까이 온 거 같은 기분에 커다란 마음 구멍이 조금은 작아진 거 같다. 조. 금. 은